1. 대기수산회전초밥, 웨이팅 및 내외부
원래 저녁은 신사이바시 다이마루 백화점 지하 마감 세일의 사시미와 스시로 떼우려 했다. 그런데 19시가 됐는데도 할인 스티커를 붙이지 않은 상품이 더 많더라.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구글 지도를 뒤져 방문한 곳이 대기수산회전초밥 도톤보리점[구글맵 링크]이다. 바로 아래 지도도 첨부한다.
점심에 카니도라쿠 도톤보리점[후기 링크]에서 대게 코스 요리를 먹었지만, 스시와 사시미는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법.
오사카 여행 전 다른 것들은 미리 계획하지 않았지만, 맛집 리스트만큼은 열심히 구글 지도에 저장해 갔다. 대기수산은 유명 맛집 기행 너튜버가 가성비 맛집이라길래 저장해 둔 가게다. 1년 전 기준으로 인당 2,700엔 정도로 배터지게 먹었고, 170엔짜리 장국은 꼭 먹어보라더라.
웨이팅이 항상 있다고 해서 걱정했지만, 20시쯤이라 괜찮겠다 싶었다.
20시쯤인데도 웨이팅이 있다. 웨이팅이라기 보다는 우리보다 몇 걸음 앞서 가게로 진입한 2인 두 팀. 직원이 우리까지 6명을 잠시 대기시키더니 1~2분 정도 지나 바로 입장시켰다. 이러면 웨이팅은 없었다 해야 하는 걸까?
아무튼, 1~2분 기다리는 동안 찍어 본 방어 대가리와 매달린 방어.
특정 시간에 맞추어 가면 대방어 해체 쇼를 볼 수 있다는데, 아마 저녁 시간대일 것이다. 우리는 아쉽게도 놓쳐서 방어 머리만 구경했다. 대가리 사이즈가 사람 머리보다 큰 게, 수많은 사람들의 위장을 촉촉하게 적셨겠구나 싶더라. 방어야, 미안하고 고맙다.
내부는 북적북적하니 복잡하다. 테이블 없이 전부 다찌석이다. 다찌석도 조리대와 마주하고 있는 곳은 일부고, 대부분은 초밥 레일을 앞에 두고 있다.
이런 느낌. 복도는 사람 두 명 겨우 어깨 스치며 지나갈 정도. 초밥 반, 사람 반이다. 시끌시끌하다. 우리는 내부 주방 옆에 앉았는데, 협소하지만, 옷과 짐을 보관할 수 있는 바구니는 마련돼 있었다.
테이블에는 두 자리마다 테이블오더용 태블릿이 하나씩 설치되어 있다. 그 옆으로 온수가 나오는 정수기 수도꼭지와 일반 회 간장, 서양인을 위한 스윗한 간장 두 종류, 그리고 비닐로 1회분씩 포장된 와사비와 각종 조미료가 놓여 있다. 태블릿은 한국어 설정이 가능해 편리하다. 일본어, 영어, 중국어, 한국어, 네 번째에 위치해 있다. 무료 와이파이도 제공되는데, 먹기 바빠서 연결해 보진 않았다. 사람이 많고 내부인 것에 비해 모바일 데이터 속도도 잘 나온 편.
한국어를 선택하면 종류별, 가격별, 기간 한정, 직원 호출, 일품요리, 드링크 등 메뉴가 나온다. 메뉴를 고르고 주문 송신 버튼을 누르면 내부 주방에서 초밥을 만들어 서빙해 준다. 회전 초밥대에서 골라 주는 것인지 즉석에서 만드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초밥의 신선도는 대체로 괜찮다.
가격 체계는 한국 회전초밥집과 유사하다. 그릇별로 정해진 가격이 부여되는 시스템. 가장 저렴한 접시는 100엔부터 시작한다. 근데 부가세 10% 별도다. 그러니 100엔짜리는 실제로 110엔 지불해야 하는 셈. 그렇게 따지면, 110엔, 165엔, 209엔, 297엔, 363엔, 429엔, 539엔, 649엔, 770엔, 1,276엔인 셈. 애초에 아래 세금 포함 금액으로 계산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2. 음식별 상세 리뷰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다음과 같다:
- 성게알 군함말이
- 참다랑어 뱃살 김말이 초밥
- 도화새우 회 한 접시
- 방어 초밥
- 초절임 고등어(시메사바) 초밥
- 낫또 군함말이
- 데친새우(단새우) 초밥
- 오징어 초밥
- 도다리 지느러미살 초밥
- 생맥주
- 문어튀김
- 장국
첫 번째, 성게알 군함말이
한국에서도 오이랑 같이 나오나 싶은데, 일본에서는 백화점이든 초밥집이든 오이가 깔려 있다.
맛은, 크리미하다. 근데 향과 고소함이 예상보다 덜하다. 성게알 특유의 바다 향과 진한 감칠맛을 기대했는데 다소 평범하다. 770엔. 가격 대비 아쉽다.
두 번째, 참다랑어 뱃살 김말이 초밥
초밥이라 하기엔 애매한 비주얼. 대기수산뿐 아니라 다른 일본 초밥집에서도 같은 비주얼의 참다랑어 뱃살 김말이를 많이 봤다. 일본에서는 다소 평범한 메뉴인 듯.
밥의 비중이 높지만, 간이 잘 되어 있다. 참다랑어 ‘뱃살’ 초밥인데 기름기가 부족하다. 오도로의 풍미를 제대로 느끼기 어렵다. 입에서 녹는다기보단 식감이 좀 있었다. 다랑어 고유의 감칠맛은 있었으나, 고급 오도로의 풍미는 실종. 649엔.
세 번째, 도화새우 회 한 접시
비주얼부터 남다르다. 일반 초밥용 생새우보다 훨씬 크고 색이 짙다. 붉은 껍질과 반투명한 살이 매력적이다. 일본어로는 보탄에비(牡丹海老)라고 한다고.
쫄깃한 식감과 입안에 퍼지는 자연스러운 단맛이 일품이다. 도화새우 특유의 달콤함과 탱글탱글한 식감이 조화롭다. 인상적인 메뉴. 770엔.
네 번째, 방어 초밥
대방어가 맞을까 싶다. 색이 살짝 붉고 기름기가 적어 보인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와라사(ワラサ) 혹은 시모후리 부리(지방이 적은 부리)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고소한 맛이 적긴 하다. 그래도 비린 맛은 없다. 담백한 편이라 해야 할까. 방어 특유의 고소함이 가득했다면 좋았을 텐데. 363엔.
다섯 번째, 초절임 고등어(시메사바) 초밥
살짝 익은 듯한 모습. 식초로 절였기 때문일 테다.
산미가 도는 시큼한 맛. 맛이 좋다. 고등어 특유의 비린내를 적절하게 제거해 깔끔하다. 후각이 예민한 편인 내게도 부담 없다. 물론, 더 예민한 사람이 먹는다면 쉽지 않을 수 있다. 비린내를 느끼는 정도는 사바사다. 여자 친구 역시 비린 맛은 못 느꼈다고.
아무튼, 식초의 새콤함과 고등어의 풍부한 감칠맛의 균형이 좋다. 297엔.
여섯 번째, 낫또 군함말이
여자 친구가 낫또를 좋아한다. 나는 썩 그렇게 즐기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두 피스 모두 여자 친구에게로. 맛이 괜찮단다. 그런데 핫소스를 곁들이면 더 맛있겠단다. 110엔.
일곱 번째, 데친 새우(단새우) 초밥
반투명한 새우살이 매력적이다. 안쪽으로 붉은빛이 살짝 감도는 게, 데친 게 맞나 보다. 위쪽만 보면 생새우 느낌이다.
생긴 것처럼 생새우의 달달함이 살아 있다. 본연의 단맛과 탱글탱글한 식감이 잘 어우러진다. 특별하진 않지만, 맛있다. 297엔.
여덟 번째, 오징어 초밥
오징어 앞에 붙은 단어가 있었다. 갑오징어도 아니고 화살오징어도 아니고, 뭔가 있었는데 기억은 안 난다. 두 피스 중 한 피스에만 시소가 들어 있다. 우리 둘 다 고수는 좋아하지만, 시소는 영 아니다. 빼고 먹었다.
적당히 쫄깃한 식감과 깔끔한 맛. 탄력이 있어 씹는 맛이 있다. 209엔.
아홉 번째, 도다리 지느러미살 초밥
먹어본 적이 있나 싶은데, 광어 지느러미살(엔가와)과 비슷하겠다 싶었다. 광어와 도다리는 눈의 위치만 반대니까. 라고 하면 전문가들이 화낼지도 모르겠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도다리나 광어나 뭐… 그게 그거다.
아무튼 주문했는데 가리비 초밥이 나왔다. 뭔가 싶어 잠시 벙쪄 있다가 직원에게 요청해 다시 받았다.
그 덕일까. 작고 긴 도다리 지느러미살로 덮여 있다. 앞의 회전 초밥대로 지나가는 지느러미살은 색감도 좋고 튼실해 보인다. 뭐 그래도 맛만 좋으면 되지 않을까 싶어 입 안으로.
기름기가 부족하다. 지느러미살은 뱃살처럼 고소해야 하는데, 다이어트를 열심히 한 놈을 잡은 건지 고소한 맛이 전혀 없다. 식감은 단단한 편이긴 한데, 그 기름이 톡톡 터져 나와 입안 가득 퍼지는 느낌이 전혀 없다. 내장지방 하나 없이 복근 빵빵한 놈이었나 싶다. 363엔.
열 번째, 생맥주
목이 말라 가장 작은 사이즈로 주문했다. 용량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200ml 남짓하지 않았을까. 비교를 위해 세워둔 폰은 아이폰 16 프로(맥스 아님).
가볍고 상쾌해서 초밥과 잘 어울린다. 큰 사이즈 주문할 걸 후회했다. 209엔.
열한 번째, 문어튀김
갓 튀겨낸 건지 따뜻하다 못해 살짝 뜨겁다. 튀김옷이 노란 것이 바짝 튀겨진 모양. 자체 간이 좋은 건지, 튀김옷 간이 좋은 건지 짭쪼름하니 맛있다. 맥주 안주로 딱. 문어도 질기지 않고 쫄깃하니 맛있다. 찐 문어겠지? 가문어가 판치는 세상이라. 539엔.
열두 번째, 장국
너튜버가 추천한 170엔짜리 장국이 없다. 제일 싼 장국이 190엔이다. 1년 사이에 가격이 10% 인상되었나 보다. 그래서 190엔짜리 주문.
진한 미소 장국 안에 생선 한 조각이 들어 있다. 생선 살은 퍼석하지 않고 된장 향이 잘 배 있다. 국물 또한 진한 편.
하지만, 너튜버가 극찬한 것만큼 특별함은 느끼지 못했다. 내 입이 저렴해서인지 모르겠으나, 한국 일식당의 기본 미소 장국이 개인적으로는 더 맛있는 느낌.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3. 총평
2인이 총 12접시를 먹고 세금 포함 5,005엔이 나왔다. 인당 25,000원 정도 나온 셈. 배터지게 먹진 않았고, 적당히 배가 찰 수준의 식사량이었다. 한국 회전초밥집과 비교하면 가성비는 좋은 편이지만, 오사카의 다른 맛집들과 비교했을 때 특출나다 볼 수 있을까, 하면 잘 모르겠다. 아마 내가 백화점 마감 세일의 스시, 사시미 가격과 무의식중에 비교해서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여유롭게 식사하는 동안, 옆자리는 세 팀이 먹고 나가고 먹고 나가고 먹는 중이었다. 우리처럼 진득이 이것저것 주문해 한 끼 식사하기보다는, 빠르게 몇 접시 맛보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인 듯하다.
전체적으로 초밥의 신선도와 품질은 가격 대비 좋은 편이라, 오사카 여행 중이라면, 그리고 웨이팅이 덜한 시간대라면 한 번 방문해 봄 직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