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의 사탑 방문기, 젤라또와 주차장 추천 [FR-IT 경차 노마드 여행 12부]

3박 4일의 밀라노 여행 겸 노마드 생활을 마치고 피사로 떠난다. 보통 피사는 당일치기로 많이들 방문하는데, 우리는 1박 묵기로 했다. 피사를 방문하는 날 비가 오락가락할 예정이라 제대로 구경 못할 것 같기도 했고, 피사를 구경하고 다시 피렌체로 가려면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데 체력이 달릴 것 같아서였다.

Driving through the rain on a mountain road from Milan to Pisa. 밀라노에서 피사로 향하는 산길을 빗속에서 운전하는 모습
Rainy mountain drive from Milan to Pisa | 밀라노에서 피사로 가는 빗속의 산길

오늘의 날씨는, 귀신 보기 좋은 상태. 고속도로를 타다 산꼭대기의 휴게소에서 잠시 쉬다 출발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여행은 이런 날 해야 제맛.

이번 글에서는 네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작성하려 한다.

  1. 피사의 사탑 방문을 위한 주차장 추천
  2. 피사의 사탑 방문기
  3. 피사에서의 젤라또 투어
  4.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구할 때 주차장 관련 주의사항

특히 마지막 주제는 피사에서 1박을 묵는 동안 주차장 때문에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기에 꼭 언급하고 싶었다. 렌터카 혹은 자차 여행을 고려 중이라면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다.

1. 피사의 사탑 방문을 위한 최고의 주차장

에어비앤비를 예약해 두었지만 체크인 시간이 되지 않은 이른 오후였기에, 차를 안전하게 주차할 곳을 먼저 찾아야 했다. 게다가 어차피 피사의 사탑을 구경하려면 숙소에서 차를 타고 나와야 했다.

우리가 찾아낸 주차장은 Pisa Tower Parking (Parcheggio Tower Parking – outside ZTL)[구글맵 링크]이다. ‘outside ZTL’이라는 단어가 보이는데, 이탈리아 차량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용어다. ZTL은 ‘Zona a Traffico Limitato’의 약자로, 차량 통행이 제한된 구역을 의미한다. 밀라노, 피사, 로마, 피렌체 같은 관광지나 역사적 중심지에는 항상 이 표지판이 있다. 이 표지판을 못 보고 그냥 차를 운전해 들어갔다가는 ‘어마어마한’ 벌금을 물게 된다. 심지어 몇 달 후 한국에 도착한 후에야 통지서를 받는 경우도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자.

ZTL 외부에 위치한 피사 타워 주차장 입구, 관리인이 상주하는 주차 공간
Pisa Tower Parking – a convenient option outside the ZTL zone | ZTL 외부에 위치한 피사 타워 주차장

Pisa Tower Parking은 ZTL 외부이면서도 관리인이 상주하는 주차장이다. 담벼락이 있긴 하지만, 관리인이 보안까지 담당하지는 않아 야외 주차 시 가끔 도난 사고가 발생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왜 이곳을 선택하고 추천까지 하는 걸까? 그 이유는 바로 돈을 조금 더 내면 컨테이너 차고를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야외 주차는 시간당 2유로 남짓, 컨테이너 차고를 빌리면 조금 더 나온다. 우리는 차에 모든 짐이 가득 차 있었기에, 고민할 필요 없이 컨테이너 차고를 선택했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노마드 여행 중 짐이라도 털렸다간… 상상도 하기 싫다.

Secure container garages at Pisa Tower Parking, spacious enough for SUVs. 피사 타워 주차장의 컨테이너 차고, SUV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넉넉한 공간
Private container garages at Pisa Tower Parking | 피사 타워 주차장의 개별 컨테이너 차고

컨테이너 차고를 빌리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번호를 알려주고 맞는 열쇠를 준다. 열쇠를 꽂고 돌린 뒤 아래를 잡아당기면 쉽게 열리는 구조로, 어지간한 SUV까지도 들어갈 만큼 넉넉해서 우리의 경차는 아주 여유롭게 안착했다. 밖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상당히 아늑해서 차고 밖으로 나가기가 싫을 정도였다.

주차장 한켠에는 화장실까지 마련되어 있다. 퀄리티가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유료 화장실이 즐비한 유럽에서는 이 작고 소중한 화장실마저도 귀중하다. 유럽 여행 중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보인다면, 가고 싶지 않아도 일단 이용하고 보는 것이 철칙이다. 그런 점에서 이 주차장을 이용하는 또 하나의 이점이 생기는 셈이다.

피사의 사탑까지의 거리도 매우 가깝다. 주차장 입구를 벗어나는 순간 저 멀리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이 보인다. 마치 영화의 스포일러를 당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걸어서 2~3분이면 근처까지 갈 수 있고, 5분 정도면 온전히 눈에 담을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한다.

2.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 그 속으로

Street market near Miracle Square in Pisa, selling souvenirs and clothing. 피사 미라콜리 광장 근처의 거리 시장, 기념품과 의류를 판매하는 모습
Souvenir market near Pisa’s Miracle Square | 피사 미라콜리 광장 근처의 기념품 시장

날씨가 꿀꿀했다. 미라콜리 광장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입구 근처에는 마치 도떼기시장 같은 천막들이 늘어서 있었다. 잡다한 기념품과 의류를 판매하고 있었지만, 썩 호객행위가 잘 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가뜩이나 날씨까지 오락가락해서 상인들은 다들 울상이었다.

성벽으로 들어가기 전, 화장실이 가고 싶거나 간단하게 요깃거리를 하고 싶다면 근처에 맥도날드가 있다. 우리는 둘째 날 아침, 간단하게 카페인 수혈 겸 마카롱으로 당 충전을 하고 화장실을 이용한 뒤 피사의 사탑을 올랐다.

Entering Miracle Square in Pisa, with the Baptistery, Cathedral, and Leaning Tower in view. 피사 미라콜리 광장 입구, 세례당과 대성당, 그리고 피사의 사탑이 보이는 풍경
First glimpse of Pisa’s Miracle Square | 피사 미라콜리 광장 첫인상

성벽 안으로 들어서자 원형 돔 모양의 건물과 성당으로 보이는 건물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우측으로는 마치 빼꼼 내다보며 인사를 건네는 듯한 피사의 사탑이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로 기울어져 있었다. 멀리서 봐도 확연히 기울어진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산 조반니 세례당 – 피사 대성당 – 피사의 사탑이 자리하고 있었다. 세례당과 대성당 사이에는 미라콜리 광장이 위치해 있었다.

세례당은 유료이고, 대성당은 무료다. 그러나 무료라도 티켓이 필요해서 먼저 수령해 와야 한다. 이를 모르고 대성당 입장을 시도했다가 관광 안내소로 되돌아가야 했다.

A close-up view of the Leaning Tower of Pisa, partially visible behind the cathedral. 피사 대성당 뒤로 살짝 모습을 드러낸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
A glimpse of the Leaning Tower behind the cathedral | 대성당 뒤로 빼꼼 보이는 피사의 사탑

피사의 사탑 왼쪽에는 여러 시설들이 모여 있다. 관광 안내소 겸 티켓 판매점, 기념품 샵, 가방 보관소 등이 있다. 티켓은 현장의 ‘TICKETS’ 부스에서 구매해도 되고, 공식 사이트[링크]에서도 구매 가능하다. 다양한 옵션이 있는데, 우리는 모든 시설을 볼 계획은 아니었기에 피사의 사탑만 구매했다. 성당만 보고 싶다면, 안내소에 가서 말하기만 하면 된다. 비용 지불 없이 무료 입장권을 준다. 만약 주변의 모든 관광지를 구경하고 싶다면, 27유로짜리 통합권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Ticket office and cloakroom near the Leaning Tower of Pisa, where visitors can buy tickets and store bags. 피사의 사탑 근처 티켓 판매소와 가방 보관소, 방문객들이 티켓을 구매하고 짐을 맡기는 곳
Ticket office and baggage storage for Pisa attractions | 피사 관광지 티켓 판매소 및 가방 보관소

피사의 사탑을 오를 예정이라면 반드시 짐을 맡겨야 한다. 티켓 판매처 옆 ‘CLOAKROOM’을 찾아가면 된다. 아무리 작은 가방이라도 손에 드는 것 외에는 전부 맡겨야 한다. 이유는 직접 올라가 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짐 보관 비용은 따로 지불할 필요가 없다.

티켓을 구매할 때 입장 시간을 정해야 하지만, 그 시간에 바로 입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줄을 서 있을 때 배낭이나 조금이라도 큰 가방을 가지고 있으면 절대 입장을 허락하지 않으니, 힘 빼지 말고 미리 짐을 맡기자.

Visitors waiting in line to enter the Pisa Baptistery, with strict bag restrictions in place. 피사 세례당 입장을 위해 줄을 서 있는 방문객들, 가방 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됨
Waiting in line to enter the Pisa Baptistery | 피사 세례당 입장을 위한 대기 줄

순서를 기다려 입장하면, 왼쪽으로는 계단이, 중앙으로는 동굴 같은 홀이 보인다. 위로 올려다보면 확연히 기운 피사의 사탑을 실감할 수 있다. 수직으로 세워져 있는 철제 기둥과 비교하면 그 기울기의 차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계단은 상당히 좁다. 이것이 바로 가방을 들고 오지 못하게 하는 이유다. 게다가 계단은 양방향 통행이어서, 오른쪽에 붙어 올라가다 보면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사람과 마주친다. 어깨를 움츠리지 않으면 서로 부딪힐 정도로 좁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시작일 뿐이다. 최상층까지 오르려면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계단을 통과해야 한다.

여기에 피사의 사탑이 기울어진 만큼 계단도 함께 기울어져 있어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다.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에 부모님이나 어린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다면 올라가기 힘들 수 있다.

한참을 헉헉거리며 오르니 동굴에서 밖으로 나가는 듯한 반가운 빛이 보였다. 탑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가히 압권이었다.

Breathtaking view from the top of the Leaning Tower of Pisa, overlooking the cathedral and city. 피사의 사탑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장엄한 전망, 대성당과 도시 전경이 펼쳐짐
Stunning views from the top of the Leaning Tower of Pisa | 피사의 사탑 정상에서 내려다본 아름다운 풍경

흐린 하늘 아래 십자가 모양의 대성당과 붉은 지붕을 가진 시가지의 건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비가 오지 않아 정말 다행이었다. 한 바퀴를 돌고 난 뒤, 작은 통로 앞에 줄을 섰다. 최상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었다. 관리자가 무전기를 들고 오르내리는 타이밍을 조절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내려오는 중이라 잠시 기다렸다가 올라갈 수 있었다. 정말로 사람 한 명이 겨우 통과할 정도로 좁았다.

최상층에는 수많은 종들이 달려 있었다. 종이 울리면 뇌까지 진동할 것 같은 크기였다. 다행히도 특별한 행사나 기념일이 아니면 종을 울리지 않는다고 하니, 고막에 손상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Large bells hanging at the top of the Leaning Tower of Pisa, creating a historic atmosphere. 피사의 사탑 최상층에 걸려 있는 거대한 종들,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냄
The grand bells at the top of the Leaning Tower of Pisa | 피사의 사탑 정상에 위치한 웅장한 종들

피사의 사탑 (Torre di Pisa)

  • 위치: 이탈리아 피사 미라콜리 광장
  • 건립: 1173년 착공, 1372년 완공
  • 건축 양식: 로마네스크 양식
  • 높이: 약 56m
  • 무게: 약 14,500톤
  • 기울기: 현재 약 4도

특징

  • 원래 대성당의 종탑으로 지어졌으나, 지반이 약해 공사 중에 기울어지기 시작함.
  • 200년 이상 걸쳐 여러 번 중단과 재개를 거쳐 완공됨.
  • 1990년부터 2001년까지 복원 공사로 기울어진 각도를 조정하고 안정화 작업이 진행됨.
  • 현재는 더 이상 기울어지지 않도록 보존되었으며, 관광객 입장 가능.

재미있는 이야기

  •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피사의 사탑에서 두 개의 공을 떨어뜨려 낙하 속도를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는 전설이 있음.
  • 기울어진 탑을 바로 세우려는 여러 시도가 있었으나, 완전히 세우지 않고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로 결정됨.
  • 관광객들이 “기울어진 사탑을 받치는 포즈”로 사진을 찍는 것이 유명한 명소가 됨.
  • 한때는 너무 많이 기울어져서 붕괴 위험까지 있었지만, 현대 공학의 힘으로 안정화되었다
Informational display inside the Leaning Tower of Pisa, detailing its height, weight, and tilt correction. 피사의 사탑 내부의 안내판, 높이, 무게, 기울기 보정 작업 등의 정보가 기록됨
Informational display about the Leaning Tower of Pisa | 피사의 사탑에 대한 정보 안내판

사탑에서 내려와 중앙 홀에 잠시 앉아 휴식을 취했다. 병풍처럼 서 있는 안내판에는 간략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높이는 58.36m, 지면 위로 55m 이상 솟아 있고, 무게는 14,453톤, 무게중심은 기초면에서 22.6m 높이에 위치해 있으며, 지면에 가해지는 평균 압력은 497킬로파스칼이라고 했다. 기초 지반을 파내는 작업 이후에 기울기가 5.5도에서 5도로 감소했다고 적혀 있었다.

현재는 약 4도쯤이라니 점점 바로 서고 있는 셈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탈리아 정부의 고민이 크다는 것이다. 만약 피사의 사탑이 완전히 바로 서게 된다면 “기울어진 사탑”이라는 관광 명소로서의 가치가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당히 기울어진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계단을 오르내리느라 고된 관절들을 위해 잠시 쉰 뒤 대성당으로 향했다.

The exterior of Pisa Cathedral with the Leaning Tower standing behind it under a cloudy sky. 구름 낀 하늘 아래 피사 대성당 외부와 그 뒤로 보이는 피사의 사탑
The stunning exterior of Pisa Cathedral with the Leaning Tower in the background | 피사 대성당의 웅장한 외관과 배경 속 피사의 사탑

피사 대성당 (Duomo di Pisa)

  • 건립: 1063년 시작, 1118년 완공
  • 건축 양식: 로마네스크 양식
  • 특징:
    • 외벽에 아랍풍 대리석 장식이 많음 (당시 무역 영향)
    • 내부 천장은 금박으로 덮여 있어 웅장함
    •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이곳에서 샹들리에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진자 운동의 법칙을 떠올렸다는 이야기가 있음

대성당의 가장 큰 특징은 하늘에서 봤을 때 십자가 모양이라는 점과 외벽이 하얀 아랍풍 대리석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The illuminated interior of Pisa Cathedral, showcasing its grand architecture and sacred atmosphere. 조명이 밝혀진 피사 대성당 내부, 웅장한 건축과 신비로운 분위기가 어우러진 모습
The serene and mystical interior of Pisa Cathedral | 신비로운 분위기의 피사 대성당 내부

우리는 해가 살짝 뜬 오전과 우중충한 날씨의 오후, 두 번 방문했는데 의외로 해가 없어 조명으로 내부를 밝혔을 때의 분위기가 더 좋았다. 어둑한 내부에 은은한 조명이 켜지니 더욱 아늑하고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다.

한 바퀴를 쓱 돌고, 앉아서 여운을 느끼다가 오늘도 촛불 하나를 밝히고 나왔다. 언제나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면 성당에 들러 촛불을 켜는 것이 나의 작은 의식이다.

그 앞의 원형 건물인 세례당은 유료라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The Baptistery of St. John, Pisa Cathedral, and the Leaning Tower standing together in Miracle Square. 피사의 산 조반니 세례당, 대성당, 그리고 피사의 사탑이 미라콜리 광장에 함께 자리한 모습
The Baptistery, Cathedral, and Leaning Tower of Pisa in one frame | 피사의 세례당, 대성당, 그리고 사탑

산 조반니 세례당 (Battistero di San Giovanni)

  • 위치: 피사 미라콜리 광장
  • 특징:
    •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세례당(직경 약 35m)
    • 원형 구조 + 로마네스크 & 고딕 양식 혼합
    • 내부의 음향이 뛰어나 성악가들이 한 음을 내면 울림이 여러 번 겹쳐진다고 함
  • 재미있는 이야기:
    • 내부에서 소리를 내면 “자기 자신과의 듀엣” 같은 효과가 난다고 해서, 가이드들이 종종 시연해줌

대성당과 세례당 사이에 위치한 미라콜리 광장에서는 푸르른 잔디를 다 뽑아버리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비까지 내려 진흙탕이 되어버린 땅이었지만, 짙은 갈색을 띄는 것을 보니 비옥한 땅인 것 같았다.

피사 미라콜리 광장 (Piazza dei Miracoli)

  • 의미: “기적의 광장”이라는 뜻
  • 구성: 피사의 사탑, 피사 대성당, 산 조반니 세례당, 공동묘지 등
  • 특징:
    •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
    • 푸른 잔디밭과 하얀 대리석 건축물의 대비가 인상적

이 광장이 “기적의 광장”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유는 여러 설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이 작은 공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이 모여 있다는 점, 그리고 이렇게 기울어진 사탑이 수백 년 동안 무너지지 않고 유지된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3. 피사에서의 젤라또 투어

이탈리아 여행에서 젤라또는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피사에서도 우리의 젤라또 투어는 계속되었다. 여기에도 꽤 유명한 젤라또 집이 있었다.

가게 이름은 RUFUS[구글맵 링크]로, 이미 한국인들에게 꽤나 유명한 집이다. 구글 리뷰 358개에 4.6점이라는 높은 평점을 자랑하고 있었다.

에미넴을 닮은 듯한 직원이 주문을 받았는데, 목소리는 의외로 걸걸했다. 피사의 사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컵 대신 콘을 선택했다. 첫날은 헤이즐넛 – 홍시 – 배, 세 가지 맛을 주문했고, 두 번째 날은 피스타치오를 비롯한 여러 맛을 맛보았다.

홍시 맛은 처음 보는 맛이라 호기심에 선택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익숙한 홍시 맛 그대로였다. 다른 맛들도 모두 쫀쫀하고 맛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피스타치오 맛이었다. 나는 젤라또 가게에서 피스타치오 맛이 있으면 거의 주문하는 편인데, 이곳의 피스타치오 맛은 내가 먹어본 것 중 최고 3위 안에 들 정도로 맛있었다. 고소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첫날에 이 맛을 알았더라면, 둘째 날까지 두 번이나 먹었을 것이 분명하다.

A triple-flavored gelato from Rufus in Pisa, featuring hazelnut, persimmon, and pear. 피사 RUFUS에서 맛본 헤이즐넛, 홍시, 배 젤라또
Delicious hazelnut, persimmon, and pear gelato from Rufus in Pisa | 피사 RUFUS의 헤이즐넛, 홍시, 배 젤라또

콘은 먹지 말고 사탑에 양보하세요.

A playful perspective shot making the Leaning Tower of Pisa look like an ice cream cone. 피사의 사탑을 아이스크림 콘처럼 보이게 만든 재미있는 착시 사진
Ice cream with a side of the Leaning Tower | 피사의 사탑을 곁들인 아이스크림

4. 에어비앤비와 주차장 관련 주의사항

우리는 1박에 52.77$를 내고 피사 북쪽의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했다. 후기가 100개는 되지 않았지만 4.5점은 넘는 괜찮은 숙소였다.

우리는 경차를 타고 노마드 여행 중이었기에, 차량의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짐이 많아 항상 모든 짐을 숙소에 내리지 않는 편이었고,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차 안에 물건이 보이면 창문을 깨고 물건을 훔쳐가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날도 프라이빗한 주차 공간이 있는지 여부가 숙소 선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가 선택한 숙소는 ‘건물 내 무료 주차’, ‘무료 거리 주차’ 두 가지 옵션이 모두 있는 곳이었기에, 당연히 프라이빗한 주차장도 제공된다는 의미인 줄 알았다.

Airbnb listing showing both free parking on premises and free street parking options in Pisa. 피사 에어비앤비 숙소의 주차 옵션, 건물 내 무료 주차와 무료 거리 주차 제공
Airbnb parking options | 에어비앤비의 주차 옵션

한글,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순으로 설명이 있었는데, 영어로는 ‘숙소 내 무료 주차’, 프랑스어로는 ‘현장에서 무료 주차’, 이탈리아어로는 ‘소유지 내 무료 주차’라고 직역된다. 어떤 언어로 봐도 프라이빗한 주차가 된다는 것으로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도착했을 때는 한쪽 도로가에 있는 노상 주차장만 있었다. 예약을 하기 전에 집주인에게 프라이빗한 주차장이 있는지 여러 번 확인까지 했는데 매우 당황스러웠다. 결국 이날은 한두 시간마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차가 무사한지 확인하고 다시 누웠다가 또 확인하는 식으로 제대로 된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에어비앤비 측에 애매한 단어가 아닌 확실한 표현으로 바꿔 주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결국 여행자가 더 확실하게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니 차를 갖고 여행 중이거나 계획 중이라면, 이런 경우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숙소 주인과 확실한 의사소통을 진행한 뒤에 예약하기를 권한다. 장시간 운전한 후에는 편안하게 푹 쉴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마치며,

이탈리아 피사에서의 짧지만 알찬 여행기와 주차장, 에어비앤비 선정에 관한 팁을 정리해보았다. 요약하자면:

  1. 주차장 선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보안과 안전이다. 약간의 돈을 아끼려다 소중한 물건을 도난당하는 일이 없도록 확실하게 안전한 주차장을 선택하자. 피사에는 컨테이너 차고지를 빌려주는 주차장이 있어 매우 유용했다.
  2. 피사의 사탑을 오르려면 작은 가방도 맡기는 편이 좋다. 괜히 들고 올라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입구에서 거절당할 수 있다. 계단이 매우 좁아 작은 가방도 문제가 될 수 있다.
  3. 피사의 사탑은 한번 올라볼 가치가 있지만, 어린이나 노약자와 함께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계단이 가파르고 좁으며 엘리베이터가 없어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4. RUFUS 젤라또는 꼭 맛보아야 한다. 특히 피스타치오 맛은 놓치지 말자. 이탈리아 전역을 다니며 젤라또를 먹어봤지만, 이곳의 피스타치오 맛은 특별했다.
  5. 에어비앤비에서 주차 옵션을 꼼꼼히 확인하자. 설명이 애매하다면 주인에게 직접 물어보고 정확한 답변을 받아야 한다. 프라이빗한 주차장이 아닌데도 그런 것처럼 표현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하자. 자동차 여행에서 안전한 주차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피사는 당일치기로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많지만, 하루 정도 머무르면서 천천히 볼 수 있다면 더 깊은 여행이 될 것이다. 특히 저녁 무렵, 관광객들이 줄어든 시간에 미라콜리 광장을 거닐면 낮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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