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ros-Guirec(페로스-기렉), 유럽인들의 호화 휴양 도시, 몇 번 가 본 직설 후기.

페로스-기렉(Perros-Guirec), 이전 글에서 포스팅한 라니옹(Lannion)처럼 아는 한국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은 도시다. 그래도 나름 프랑스인들에겐 휴양 도시로 유명한 곳. 일단 명칭부터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Perros에 r이 두 개, Guirec에 r이 한 개, 한국인이 발음하기 쉽지 않은 단어다. 페호스-기헥과 페로스-기렉 사이의 느낌이라 해야 할까? 불어의 r 발음을, 나는 아직도 제대로 못 한다. 아무튼, 영어식 발음인 페로스-기렉으로 통일해서 글을 쓸까 한다. 글에서 소리 나는 건 아니니까.

이번에 소개할 페로스-기렉도 브르타뉴(Bretagne), 한국 지리와 비교하자면 강원도 느낌의 지방인데, 사실 라니옹 바로 위에 있다. 차로 20분 거리라 처음에 라니옹 쯤에 집을 구할 때, 바로 앞에 멋들어진 요트가 떠다니고, 한겨울에도 서퍼가 엄청 많은 페로스-기렉에 집을 구할까도 고민했었다. 서퍼 하니까 양양이 떠오르는데, 페로스-기렉이 프랑스의 양양 같은 휴양 도시 느낌인 듯하다. 다른 점은 이곳은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많고, 양양은 알다시피 목적이 순수하게 휴양에 있지만은 않은 방문객이 많다는 것.

아무튼, 첫 방문에 한 눈에 반해서 가끔 바닷바람이 쐬고 싶을 때 차 타고 쌩 달려갔던 나만의 앞바다를 간직한 소도시, 페로스-기렉을 소개하겠다.

1. 나도 한 대 갖고 싶은 요트, 내 자리는 없는 요트 선착장

바닷가 휴양 도시의 첫 번째 조건은 요트 선착장이다. 물론 내 기준이다. 무릇 휴양 도시라면, 돈 많은 부유층들이 힐링하러 많이 와야 하지 않을까? 돈 많은 사람의 기준, 사치재에 투자할 여유가 있다. 그러니 요트 선착장이 있는 곳은 돈 많은 사람들도 많이 찾는 유명 휴양지라는 것. 논리적이지 않은가?

그런데, 페로스-기렉 바닷가에 도착하면 먼저 딱 보이는 게 요트 선착장이다. 부자들이 많이 오는 동네라는 말씀.

A wide view of Port de Plaisance in Perros-Guirec, showcasing hundreds of yachts lined up at the dock. 페로스기렉의 Port de Plaisance를 와이드하게 촬영하여 선착장에 정박한 수백 대의 요트들을 보여주는 사진.
Port de Plaisance in Perros-Guirec 페로스기렉의 Port de Plaisance

사진으로 보면 어디 부산 앞바다 같긴 한데, 프랑스 맞다. 처음에 한국의 동해스럽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푸르고 깊은 바다와 강한 파도, 단단해 보이는 기암절벽들, 이런 요소들 때문에 동해와 비슷한 느낌이라 했었는데, 조수간만차가 은근히 크다. 그래서 뻘도 많다. 한국 동해의 조수간만 차가 얼마나 큰지는 모르겠는데, 동해에서 갯벌을 본 적은 없지 싶다. 맞나?

A close-up view of the wooden deck at Perros-Guirec marina, extending into the distance with yachts moored on both sides. 페로스기렉 마리나의 나무 데크가 저 멀리까지 이어지고, 양옆으로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촬영한 사진.
Wooden walkway at Perros-Guirec marina 페로스기렉 마리나의 나무 데크

가까이 가보면, 음… 하나 살 수 있겠는데? 싶은 요트들이 보인다. 생각보다 별거 없는 듯? 오른쪽에 보이는 PL 58 어쩌고 하는 저 작은 배는 용돈 좀 모으면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어지간한 요트들은 최소 소형차 한 대 값은 될 거다. 그 돈이면…

꾀죄죄한 요트들의 모습에, ‘저런 거 갖고 있어도 애물단지 되기 딱 좋겠다’ 생각하면서, 눈물 닦으며 뒤돌아 나왔다. 분위기는 참 좋은데, 공기와 기분은 그렇지 못했다.

2. 액티비티 (서핑, 카이트 서핑, 딩기요트 등)

양양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헐벗고 굶주린 젊은 남녀들? 아니다. 서핑이 먼저 떠 올라야 한다. 양양은 원래 서핑의 성지라고 한다. 페로스-기렉 또한 서핑의 성지. 여름이고 겨울이고 가릴 거 없이 액티비티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몇 다스는 된다.

가장 유명한 트레스트라고우 해변(Trestraou beach)은 전천후로 이용 가능한 바닷가 느낌이다. 숙소와 식당과 번화가에 둘러싸여 있어서 가족 단위로 휴양하러 오기도 좋고, 바로 앞 바닷가에서 딩기 요트나 카이트 서핑을 하기도 하고, 파도 센 날엔 서퍼들로 드글거린다. 모래사장과 모래사장 위 번화가를 걷는 사람들이 항상 많은 해안가이다.

A view from the steps leading up from Trestraou Beach, revealing a lively coastal town with ocean-view hotels and residences. 트레스트라우 해변에서 계단을 올라오면 보이는 번화한 해안가, 바다 전망이 좋은 호텔과 개인 별장이 늘어서 있다.
Vibrant coastal town near Trestraou Beach 트레스트라우 해변 근처의 번화한 해안가

주차도 편하고, 편의시설도 많아 한겨울에 가서 찍은 사진인데도 사람이 꽤나 보인다. 물론, 한겨울이 성수기는 아니라 영업하지 않는 식당도 은근 있고, 생각보다 날이 꽤 차긴 하다.

그렇지만 양양처럼 도파민에 중독된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해변인 만큼, 날씨가 춥든 덥든 상관없이 파도에 몸을 맡긴 사람들이 많다. 해변에 있는 사람보다 오히려 더 많다.

Dinghy boats filling the waters of Trestraou Beach in Perros-Guirec, with a few kite surfers in the distance. 페로스기렉의 트레스트라우 해변에서 수많은 딩기요트가 떠 있는 모습, 멀리 카이트서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인다.
Dinghies on the beach in Trestraou 트레스트라우 해변의 딩기요트들
Surfers riding the waves at Trestrignel Beach in Perros-Guirec, embracing the deep blue sea. 페로스기렉 트레스트랑 해변에서 검푸른 바다 위를 가르는 서퍼들의 모습.
Countless surfers entrusting their bodies to the deep blue sea. 검푸른 바다에 몸을 맡긴 수많은 서퍼들

바다의 색감이 많이 다른데, 하난 갤럭시 촬영 영상 중 캡쳐본, 하난 아이폰 촬영 영상 중 캡쳐본이다. 물론 약간의 보정도 들어갔다. 저 검고 푸른 바다 사진을 확대해 보면, 파도 위아래로 박혀 있는 시커먼 전신수영복 차림의 서퍼들이 보인다. 징글징글할 정도로 많다. 나도 저 중의 하나이고 싶었다.

집 앞바다에서 서핑할 수 있다면 누구든 해 보고 싶지 않을까? 적어도 나와 여자 친구는 그랬었다. 근데 상상과 실행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더라. 필요한 수많은 장비들, 서핑을 하기 전후에 준비해야할 것들이 불러오는 귀찮음, 무언가를 새로 배워야 한다는 데서 오는 막막함, 그리고 들어갈 비용과 시간. 감성 없는 퍽퍽한 현실. 일에 치이고 삶에 치이고 귀찮음에 치이고, 결국은 마음을 접는다. 조금만 더 어렸더라면, 낭만을 찾는 성격이었더라면 어땠을까, 싶긴 한데, 이미 지난 시간인 만큼 부질없는 후회일 뿐.

3. 페로스-기렉의 자랑, 페로스-기렉의 명물

부산의 자랑, 부산의 명물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엄청 많아서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다. 그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큰 것은 먹거리. 페로스-기렉도 프랑스에선 나름 유명한 휴양지인 데다 대서양과 맞닿아 있어 해산물이 특히 유명하다.

먼저 유럽인들이 환장한다는 굴(Huîtres), 이후 캉칼(Cancale, 껑깔) 여행기에서 직접 다루겠지만,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은 유명한 굴 산지이다. 한국의 굴과는 종이 다르고 맛도 다른데, 자세한 건 캉칼 편에서 다루기로 하겠다.

다음으로 관자. 브르타뉴산 가리비(Coquilles Saint-Jacques)는 유럽에서도 최고급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해안가라 쌀 법한데도 상당히 비싸다. 마트에서도 비싸서 몇 번 못 먹어 봤다.

그리고, 랍스터(Homard breton). 특히 브르타뉴산 랍스터는 풍미가 진하고 고급 요리로 사랑받는다고 한다. 맛을 보기는 커녕 실물을 구경은 해 봤는지 기억도 안 난다.

마지막으로 홍합(Moules-frites). 브르타뉴 스타일로 조리한 크림소스나 와인 소스 홍합 요리가 인기이다. 근처 어느 식당에 가든 볼 수 있는 메뉴다. 근데 한국인 입장에서, 아버지 고향이 동해안 바닷가인 입장에서, 파도에 떠밀려 와도 먹기는커녕 해산물로 취급도 잘 안 해 주는 홍합을 몇만 원씩 내고 먹기는 좀 그랬다. 물론 종이 다를 수도 있고, 맛이 다를 수도 있긴 한데, 아무튼 난 좀 그렇더라. 그래도 프랑스인들이 환장하는 식재료와 요리임은 틀림없다.

그래서 나는 이중 무얼 먹었느냐.

A flaming T-bone steak at Restaurant l’Ardoise, served with herbs burning in the center. 레스토랑 l’Ardoise에서 허브를 태워 불꽃이 피어오르는 티본스테이크
T-bone steak with flaming herbs at Restaurant l’Ardoise 레스토랑 l’Ardoise의 불꽃 티본스테이크

불타는 티본스테이크. 바닷가가 살짝 보이는 Restaurant l’Ardoise에서 고기 썰었다. 해산물도 좋긴 한데, 이날은 고기가 좀 더 땡겼나 보다. 아니면 땡기는 메뉴가 없었던가.

티본스테이크의 윗등심과 안심 사이의 뼈에 말린 허브를 올리고 불을 붙여서 나온다. 그냥 퍼프먼스용. 고기를 잘 굽는 집은 아니었던 게, 익힘의 정도가 이븐하지 못했다. 미디움으로 주문했는데, 한쪽은 미디움레어, 한쪽은 블루레어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안 익혀 나왔다. 크게 기대는 없었으므로 대강 먹었다.

A gourmet scallop dish at Restaurant l’Ardoise, plated beautifully with fresh ingredients. 레스토랑 l’Ardoise에서 제공된 신선한 관자요리, 정갈한 플레이팅이 돋보인다.
Delicious scallop dish at Restaurant l’Ardoise 레스토랑 l’Ardoise의 바다내음 가득한 관자요리

여자 친구가 주문한 관자 요리. 위에서 말했듯 브르타뉴 산 가리비는 퀄리티가 굉장히 좋다고 한다. 플레이팅 좋고, 소스 훌륭하고, 야채는 좀 볼품없었지만, 관자의 익힘 정도는 좋았다. 맛도 괜찮았다. 양은 괜찮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외식을 하다 보면 나름 플레이팅에 신경 쓴 플레이트들을 마주한다. 예술의 나라라 그런지, 별로 유명하지 않은 레스토랑을 가도 꽤나 신경 쓴 모양새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참한 경우들이 더러 있다. 지갑이 얇아 미슐랭을 단 수준의 레스토랑에 못 가 본 내게도 문제가 있겠지만, 아무튼 위의 플레이팅 정도면 준수한 편으로 보인다.

4. 코트 드 그라니트 로즈(Côte de Granit Rose)와 트레킹 성지 GR34

식후에는 산책이 국룰이다. 2번에서 본 트레스트라고우 해변(Trestraou beach)이나 플라주 드 트레스트레그넬(Plage de Trestregnel), 플라주 드 생귀레크(Plage de Saint-Guirec), 플라주 드 포르 브랑(Plage de Porz Balan) 등의 해안가도 걷기 좋긴 한데, 페로스-기렉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산책로는 따로 있다.

라니옹 편에서 잠깐 이야기했지만, 브르타뉴의 집들은 화강암을 사용해서 지은 경우가 많다. 그 화강암 중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거무튀튀한 돌도 있지만, 핑크핑크한 색을 가진 매끈한 돌도 있다. 그 돌들을 볼 수 있는 곳이 코트 드 그라니트 로즈(Côte de Granit Rose), 영어로는 핑크 그라니트 해안(Pink Granite Coast)이다. 사실, 바로 위에 말한 해안가들도 모두 이 핑크 그라니트 해안에 포함되는 곳이긴 한데, 핑크색 화강암을 보기엔 쉽지 않다.

Pink granite rocks along the coast with the Phare de Men Ruz lighthouse visible on the left. 해안을 따라 늘어선 핑크색 화강암 바위들, 왼쪽에는 멘 루즈 등대가 보인다.
Pink granite formations with Phare de Men Ruz lighthouse 멘 루즈 등대와 핑크색 화강암 지형

핑크색 화강암으로 유명한 Phare de Men Ruz(맨 루즈 등대)가 있는 곳에는 가야, 아, 내가 드디어 핑크색 화강암을 두 눈으로 목격했구나, 할 수 있다. 위 사진 속 등대는 착한 사람에게만 보이므로, 두 눈 크게 뜨고 찾아보기로 하자.

일출이나 일몰 때 등대를 포함한 핑크색 화강암이 강렬하게 불타올라 바다와 대조되는 제대로 된 색감을 보여주는데, 사진을 찍은 날은 하늘도 우중충하고, 시간대도 어정쩡해서 색이 좀 어정쩡하긴 하다. 가장 멋진 풍경은 사진이 아닌 두 눈에 저장하는 게 최고이니, 궁금하다면 한번 방문해 보도록 하자.

그렇다면 트레킹 성지 GR34는 어디 있느냐. 우리가 지금껏 본 모든 곳이 다 GR34 안에 있다. 뭔 소리냐고?

불어로는 Bretagne, 영어로는 Brittany, 한글로는 브르타뉴 혹은 브리타니, 아무거나 지도에 검색해 보면 프랑스 북서쪽 전체를 아우르는 지역이 뜬다. 한반도처럼 세 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방인데, 이 브르타뉴 지방과 바다가 맞닿아 있는 모든 해안선, 총 2,000km쯤 되는 이 길을 GR34 – Grande Randonnée 34, The Customs Path – 브르타뉴 해안길이라 한다. 18세기에는 세관원들이 밀수꾼을 감시하기 위해 사용해서 Customs Path, Sentier des Douaniers 라고 불렸단다.

이 길은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장거리 하이킹 코스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산책로로, 이 코스를 일주한다면 브르타뉴를 정복했다 할 수 있다. 나도 포스팅한 몽생미셸(Mont-Saint-Michel)에서 시작하여 생말로, 그리고 이곳 페로스-기렉을 찍고, 최서단 항구 도시 브레스트를 거쳐 대서양과 맞닿아 있는 퀘베롱반도(Presqu’île de Quiberon)까지 다다르면 완주다.

나는 걷는 걸 좋아하지 않아 차를 타고 여기저기 가 보았을 뿐이니, 완주는 그대가 대신해 주길 바란다. This is for you.

아무튼, 위에서 이야기한 모든 해변과 멘 루즈 등대는 이 GR34 안에 포함돼 있으니, 식후 적절하게 산책한다면 적절한 소화 및 다이어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5. Perros-Guirrec 시내 탐방

페로스-기렉은 낭만 있는 바닷가가 메인인 휴양 도시지만, 시내에도 볼 것들이 있다. 브르타뉴 특유의 소박한 성당 빵집이 바로 그것.

먼저 église Saint-Jacques 성당을 구경해 보자.

Église Saint-Jacques in Perros-Guirec, a historic church built with pink granite, featuring Romanesque and Gothic architectural styles. 페로스기렉의 생자크 성당, 핑크 화강암으로 지어진 역사적인 교회로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이 혼합된 건축물.
Église Saint-Jacques in Perros-Guirec 페로스기렉의 생자크 성당

역시 이 성당도 핑크색 화강암이 쓰였다. 유럽 여기저기 있는 화려한 대성당들에 비하면 초라한 듯하지만, 수수한 맛이 있는 모양새다. 화강암 조각들로 어떻게든 테트리스처럼 끼워맞추려고 한 흔적이 마치 미술 기법인 모자이크처럼 보인다. 누가 예술의 나라 아니랄까 봐.

A bride and groom standing in front of Église Saint-Jacques in Perros-Guirec, with the historic pink granite church as their backdrop. 페로스기렉의 생자크 성당 앞에 서 있는 신랑과 신부, 역사적인 핑크 화강암 교회를 배경으로 한 순간.
A bride and groom in front of Église Saint-Jacques, Perros-Guirec 페로스기렉 생자크 성당 앞에 서 있는 신랑과 신부

가끔 주말에 가 보면 결혼식을 하는 커플을 볼 수 있는데, 내부는 꽤 웅장하다고 한다. 유럽풍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섬세한 조각들이 채워져 있다고. 들어가 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왜 그땐 그런 생각을 못 해 봤는지 지나고 나니 아쉬울 따름.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 뿐이니 열심히 찍도록 하자.

목적지는 이 성당이 아닌 빵집. 곧 시즌이 끝나 맛보기 어려워질 갈레트 데 루아(Galette des Rois)를 찾는 여정이 핵심이었다. 이젠 한국에도 파는 곳이 은근히 생기는 중이라 빵잘알들은 알 법도 한데, 전통적으로는 1월 6일 주현절(Épiphanie)에 먹는 빵인 갈레트 데 루아는 직역하면 왕의 케이크라는 뜻이다.

밀푀유 스타일로 바삭한 페이스트리가 겹겹이 쌓여 있고, 안에는 아몬드 크림인 프랑지판(Frangipane)이 잔뜩 들어 있다. 이 아몬드 크림이 이 빵을 먹는 유일한 이유. 한국에서 한두 번 사 먹어 봤는데 현지의 그 맛이 안 나더라. 혹시라도 1월 초에 이 글을 읽고 있다면, 한번 사 먹어 보길 바란다. 진짜 맛있다.

A traditional Galette des Rois wrapped in decorative packaging, ready to be enjoyed for Epiphany celebrations in France. 프랑스 주현절을 기념하는 전통적인 갈레트 데 루아가 포장지에 싸여 있는 모습.
Galette des Rois wrapped in festive packaging 포장지에 싸인 갈레트 데 루아

페로스-기렉 시내의 Ty Coz Boulangerie Pâtisserie라는 빵집에 갈레트 데 루아가 소량 남아 있어 구매에 성공했다. 빵 포장지 위에 종이 왕관이 보이는데, 저 큰 파이 안에 페브(fève)라고 하는 작은 도자기 인형이 들어 있다. 그거 들어 있는 조각에 당첨된 사람이 왕이 되어 왕관을 휘날릴 수 있다.

갈레트 데 루아는 프랑스 북부와 파리에서, 브리오슈 데 루아(Brioche des Rois, 브리오슈 빵 + 설탕 조각 & 과일 장식)는 남부 프랑스에서 먹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남부는 가 본 적이 아직 없어서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모른다.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한국에서 파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이건 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빵, 파리바게트에서도 파는 그 빵, 뀐아망(Kouign-Amann) 혹은 뀌냐망, 이건 브르타뉴를 대표하는 빵이라는 것.

Rows of golden, caramelized Kouign-Amann pastries displayed in a bakery window, viewed from outside. 빵집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황금빛 카라멜 코팅된 뀌냐망들이 가지런히 진열된 모습.
Freshly baked Kouign-Amann on display at a bakery 빵집에서 갓 구워 진열된 뀌냐망

단돈 13.9유로가 없어서 사지는 못했다. 빵값이 살벌한 도시, 그곳이 바로 Perros-Guirrec이다.

6. 마치며,

살면서 가장 많이 가 본 바닷가는 아버지 고향집 앞 동해바다지만, 한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가 본 바다는 단연 Perros-Guirrec 앞바다이다. 수많은 꿈 – 예를 들면 서핑 – 을 꾸었던 망망대해. 실제로 내가 해 본 것이라고는 조개 채집과 산책뿐이지만, 기억에 오래 간직될 추억의 장소임에는 틀림없다.

A scenic view of Perros-Guirec from a hill, featuring scattered houses and the vast ocean in the background. 언덕 위에서 바라본 페로스기렉의 풍경. 듬성듬성 자리 잡은 집들과 멀리 펼쳐진 바다가 보인다.
Hilly landscape of Perros-Guirec 언덕이 많은 페로스기렉의 풍경

성인이라면 누구에게든 모름지기 나만의 앞바다 정도는 하나쯤 있을 것이다. 나는 Perros-Guirrec 바닷가를 나만의 앞바다로 저장해 두었다. 언젠가 요트 한 대쯤은 가벼이 구매할 수 있는 재력이 쌓이길 바라며, 일개미는 오늘도 로또를 산다. 베짱이가 될 그날을 위하여.

“Perros-Guirec(페로스-기렉), 유럽인들의 호화 휴양 도시, 몇 번 가 본 직설 후기.”에 대한 1개의 생각

  1. worldtraveler

    안녕하세요. 글 잘 보고 갑니다. 작은 소도시들 여행 많이 하셨나 보네요 ㅎㅎ 부럽습니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