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부. 리옹(Lyon) 여행, 전통 음식과 인생 성당
- 2부. 샤모니 몽블랑, 아무나 못가는 숙소와 하이킹 코스
- 3부. 샤모니 에귀디미디 전망대에 올라 바라본 몽블랑과 시내 구경
- 4부. QC Terme Chamonix 뽕뽑은 후기와 가이드 & 팁
- 5부. Aosta(아오스타),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
- 6부. 브뢰이-체르베니아에서 본 이탈리아의 마테호른, 그리고 인생 호수
- 7부. 토리노, 잠깐 바람쐬러 가서 만난 풍경
- 8부. 밀라노 국립 병원 방문기 + RicaricaMi 교통카드 2025 완벽 가이드, 밀라노(1)
- 9부. 고딕의 꽃,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방문기와 예매 방법
밀라노 대성당(두오모)을 외부, 내부, 옥상 테라스, 기념품샵까지 속속들이 구경했다. 다른 랜드마크를 구경할 차례. 먼저 젤라또 맛집에서 당을 충전하고, 스포르체스코 성을 시작으로 나빌리오 그란데(Naviglio Grande)까지 이곳저곳 걸어 볼 생각이다.
그런데 그 전에, 전 편에서 두오모 박물관 이야기를 안 했다. 애초에 두오모 대성당 티켓을 뮤지엄과 세트로 판매해서 세트로 방문해야 한다. 두오모 내부 입장, 옥상 테라스 입장, 박물관 입장권을 따로 살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세트로 사는 것과 가격 차이가 크게 안 나지 않았나 싶다. 그러니 일단 박물관 방문 후기부터.
1. 고딕 속으로: 두오모 박물관의 숨겨진 보물들
두오모 성당을 정면에 두고 오른쪽 편에 있다. 옥상 테라스에 갔다가 내려와서 성당 옆의 출구로 나왔다면, 기념품샵을 지나 안쪽 편에 입구가 있다. 팔라초 레알레 디 밀라노(Palazzo Reale di Milano) 왕궁 건물 안에 있는 박물관인데, 왕궁 전체가 박물관인 건 아니다. 그래도 입구는 같으니, 두오모 박물관(Museo del Duomo) 팻말을 잘 찾아 들어가면 된다.
건물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티켓을 확인하는데, 영상 촬영은 안 되고 사진 촬영만 된다 하여 고프로는 끄고 들어갔다. 말 잘 듣는 한국인이다.
밀라노 대성당(두오모)의 건축 모형들. 16~19세기에 건축가들이 성당 디자인을 계획하며 사용한 모형이다. 두세 번째 사진 속 모형은 디테일이 살아 있다. 고딕 양식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모양새. 왠지 레고로 만든 제품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검색해 봤는데 진짜 있다.
밀라노 두오모 꼭대기에 있는 황금 성모 마리아상 ‘마돈니나(Madonnina)’의 복제품. 원본은 구리에 금박을 입혔는데, 이건 금박도 아닌 것 같다. 아래에는 원본 제작가인 주세페 페레고(Giuseppe Perego)의 이름이 아닌 ‘Joseph Bini’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뉘신지 잘 모르겠다. 복제품을 제작한 사람이거나, 원본 제작 과정에 참여한 중요한 인물이 아닐까 추측만.
이전 편에서 이야기했듯, 마돈니나는 밀라노의 수호성인이자 도시의 상징이다. 그래서 그 어떤 건물도 마돈니나보다 높아서는 안 된다고.
종교적인 주제를 담고 있는 작품들. 성경이나 기독교 역사 중 중요한 사건들을 표현한 듯. 조명을 잘 써서 그런지 음영이 두드러지게 티가 난다. 찰흙 같은 걸로 대강 빗은 듯한데도 느낌 있다. 이런 걸 두고 조명빨이라 하는 듯. 어두운 박물관 속에서 작품만 비추는 조명은 마치 성스러운 계시를 받는 것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외에도 시선을 끄는 다양한 작품들이 있어 보는 맛이 있다.
2. 달콤한 유혹: 밀라노의 진정한 젤라또를 찾아서
샤모니에서부터 이어지는 젤라또 투어는 밀라노에서도 계속된다.
두오모 광장을 중심으로 유명한 프랜차이즈 젤라또 가게들이 우후죽순 들어서 있다. 대부분 줄이 긴 편. 거기다 우리는 더 특별한 걸 원한다. 프랜차이즈 젤라또가게는 프랑스에도 널리고 널렸다. 이 도시에만 있거나, 무언가 특별한 게 있는 집을 찾고 싶은 마음뿐이다.
찾았다. 치아코(Ciacco)[링크], 구글 리뷰 3,502개에 4.6점.
밀라노에만 있다. 두오모 광장에서도 가깝다. 길 한두 개 건너면 되는 수준.
테이블 몇 개 없는 조그마한 젤라또 가게다. 내부는 가득차 있고, 웨이팅은 없었지만, 메뉴 선정에 애를 먹었다. 선택지가 너무 많다.
멀뚱히 서서 메뉴를 보고 있으니까 직원이 책자를 준다. 맛이 수십가지는 되는 듯하다. 2~4가지 맛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 가격은 다 다르다. 컵 사이즈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진다. 3가지 맛을 선택하고 – 컵 사이즈를 선택하고, 이런 순서. 물론 컵 말고 콘도 있다. 계절 한정 맛도 있어서, 갈 때마다 조금씩 바뀌지 싶다.
보통은 2인 1젤라또인데, 오늘은 1인 1젤라또, 심지어 각자 네 가지 맛을 먹었다. 먹어보고 싶은 맛이 굉장히 많았다.
그중 기억에 가장 남는 건 피스타치오. 굉장히 진하고 깊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여기저기의 난다긴다하는 젤라또 맛집은 꽤 많이 가 봤고, 피스타치오 맛을 픽한 적도 많았는데, 향과 맛의 진함으로 줄세운다면 최상위권에 위치한다. 입에 넣는 순간 고소한 견과류의 향이 폭발하는 녹진녹진한 맛이랄까.
또 먹고 싶다.
3. 트램의 도시
당을 채웠으니 걸을 차례. 딱히 정해진 행선지가 없어 주변 랜드마크들을 경유해 노을이 질 때쯤 나빌리오 그란데(Naviglio Grande)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밀라노의 운하 지역은 해질녘 빛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니 말이다.
파리 중심지와 색감은 다르지만, 밀라노 역시 중세 시대 건물이 한가득하다. 머리 위를 어지러이 수놓는 수많은 전선들과 도로에 깔린 레일은, 도심 속 수많은 트램이 자동차들과 같이 내달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도시의 혈관처럼 복잡하게 얽힌 선로는 밀라노의 특별한 풍경이다.
색도 모양도 길이도 가지각색인 트램들을 어느 골목에서나 만날 수 있다. 리스본에서 보았던 감성 터지는 레트로 느낌의 노란 트램도 있고, 주둥이가 둥글둥글한 신식 모노레일 모습의 트램들도 보인다. 거의 모든 도로에 트램 레일이 깔려 있는 느낌이다. 한 사거리에서는 세 방향에서 트램이 신호 대기 중이었다. 굉장히 트램 친화적인 도시 밀라노, 덕분에 깨끗한 하늘을 보기는 어렵다. 이 또한 밀라노 감성이리라. 그 빽빽한 전선들이 만드는 그물망이 도시의 고유한 천장을 형성한다.
중간에 트램을 탔다. 나름 신식 모델 느낌. 감성은 덜하다. 그리고 옆에 누-욕이라 쓰여 있다. 옆이 막혀서 밖이 안 보일 것 같은데, 저 좁은 트램 안에 사람이 왕창 타면 굉장히 갑갑할 느낌이다. 근데,
밖이 보인다. 자체 모자이크된 채로. 사진 속 모자이크 된 건물은 밀라노 대성당이다. 갑갑함은 덜하다. 창문의 특수 코팅이 도시 풍경을 예술 작품처럼 변모시킨다.
라떼는 교통카드 찍는 곳과, 종이 교통권을 넣었다 빼는 두 가지 기계가 있었다. 25년부터 종이로 된 건 사라져서, 이제는 볼 수 없다. 통합된 밀라노 교통카드 리차드미(richardmi)에 대한 2025 가이드는 [링크]의 세 번째 소제목에서 볼 수 있다. 이제는 스마트폰 앱으로도 결제가 가능해져 더욱 편리해졌다.
4. 글로벌 브랜드와 현지 문화의 조화
신호를 기다리는데 왼편에 멋드러지게 생긴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POSTE’라 쓰여 있길래 우체국인가 했는데, 창문에 별다방의 별과 R이 반짝반짝 빛난다. STARBUCKS RESERVE. 이탈리아 밀라노 한복판에 스벅 리저브라니… 아메리카노를 파는지 궁금해 들어가볼까 했는데, 신호등이 바뀌어서 가던 길 갔다. 이탈리아까지 점령한 스타벅스, 대단해.
한국에서는 토종 기업에 밀려 실력 발휘 못하고 있는 위워크도 요지에 자리 잡고 있다. 선릉에 있는 위워크 라운지는 정말 좋았는데, 유럽식 운영은 한국에 맞지 않는 건지, 내가 아는 한국에 들어와 있는 유럽 회사들은 맥을 못 추고 있는 경우가 많더라. 단순한 문화 차이일까, 아니면 한국 시장만의 독특한 특성 때문일까. 우리가 해외에서 보는 브랜드와 한국에서 보는 브랜드는 같은 이름이라도 다른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첫 번째 목적지인 랜드마크 스포르체스코 성(Castello Sforzesco)으로 가던 중, 비아 단테(Via Dante)를 만났다. 도로 폭이 넓은데, 차 한 대 안 다니는 보행자 전용 거리다. 단테라는 이름, 익숙하지 않은가? 맞다, 단테의 신곡. 이탈리아의 위대한 문호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를 기리기 위해 도로명을 단테로 지었단다.
고급 레스토랑, 카페, 바, 패션 매장, 기념품 가게 등 쇼핑에 관련된 건 없는 거 빼고 다 있다. 우리는 알록달록한 초콜릿이 눈에 띄는 벤키(Venchi) 매장과 유럽 어디서든, 그리고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세포라(Sephora)에 잠시 들렀다.
벤키(Venchi)도 이미 국내 여기저기서 많이 판다. 백화점 지하 식품관에는 고정으로 디스플레이 돼 있다. 아무튼, 둘 다 특별한 곳은 아니지만, 단테의 거리에 있기 때문에 특별하게 보여서 들어가 보았다. 같은 브랜드라도 밀라노에서 만나면 왠지 더 정통처럼 느껴지는 마법이 있다.
5. 르네상스의 흔적: 스포르체스코 성을 거닐다
단테 길의 끝자락에 보이던 스포르체스코 성에 도착했다. 어떤 곳인지부터 알아보자.
스포르체스코 성 (Castello Sforzesco)
주인공: 스포르차(Sforza) 가문
밀라노를 통치한 스포르차 가문이 건설한 성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중요한 군사 요새이자 문화 중심지였음.
건축 연도: 1368년 최초 건설 → 1450년 스포르차 가문이 재건
처음에는 비스콘티(Visconti) 가문이 지었지만, 15세기 중반 프란체스코 스포르차(Francesco Sforza)가 밀라노를 장악하면서 대대적인 개조를 진행함.
건축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브라만테(Donato Bramante) 등 르네상스 시대 거장들이 개조에 참여
특징 및 재미있는 이야기
군사 요새에서 예술의 중심지로 변화
- 처음에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방어 요새로 건설됨.
- 스포르차 가문의 통치 아래,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로 변모.
- 르네상스 시대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성 내부를 장식하는 작업을 했음.
나폴레옹의 파괴와 복원
- 19세기 초, 나폴레옹이 성을 부분적으로 파괴하면서 대부분의 구조물이 손상됨.
- 이후 밀라노 시민들이 성을 복원하며 현재의 모습으로 유지됨.
성 내부에 다양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음
- 미켈란젤로의 마지막 작품인 론다니니 피에타(Rondanini Pietà)가 전시되어 있음.
- 고대 미술, 무기 박물관, 가구 박물관 등 다양한 전시 공간이 있음.
- 르네상스 시대 프레스코화와 조각들이 보존되어 있음.
스포르체스코 성 앞의 분수는 현지인들의 만남의 장소
- 성 앞에는 커다란 원형 분수가 있으며, 현지인들은 이곳에서 약속을 잡고 만남의 장소로 활용함.
- 많은 관광객들이 스포르체스코 성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두오모와 함께 밀라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여김.
정리하면
- 밀라노의 역사적 요새이자 문화·예술의 중심지.
-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있는 곳.
- 군사 요새에서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변모한 장소.
- 밀라노 시민들에게는 산책과 만남의 장소로 사랑받는 곳.
여담으로, 이탈리아 자동차 브랜드 알파 로메오(Alfa Romeo) 로고 속에 스포르차 가문의 문양인 사람을 삼키는 뱀이 들어가 있다. 밀라노의 힘과 권력을 상징하는 문양이라는데, 자동차 로고에 이걸 삽입한 건, 밀라노의 역사적 유산을 계승하겠다는 의미라나.
한국에서 보기 힘든 브랜드인데, 이탈리아에서 운전하면서는 꽤 많이 봤다. 앞모양이 특이해서 잊혀지지가 않는다. 앵그리버드 모양 같다.
이탈리아 사람들한테는 미안한데, 못생겼다. 이탈리아 차가 못생기기 힘든데 못생겼다. 궁금하면 알파 로메오 검색해 보자. 삼각형 주둥이가 포인트인 듯. 디자인의 나라 이탈리아가 이런 디자인을 고수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겠지?
만남의 광장 역할을 하는 분수를 찍고 투박한 성벽 아래 난 아치형의 문을 지나 내부로 들어가면,
넓은 공간에 잔디도 깔려 있고, 미켈란젤로의 마지막 작품을 홍보하는 입간판도 서 있고, 곳곳에 이것저것 많이 있다. 건물 안으로는 들어가 보지 않았는데,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들도 있다 하니 관심이 동한다면 들어가봄직 하다.
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좋아하긴 하는데, 이후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립과학기술박물관에 갈 예정이라 굳이 들어가진 않았다. 들어가봤어도 좋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내부 산책을 즐기며 성벽과 성벽이 주는 그늘을 만끽한 뒤, 뒤쪽 대광장 피아차 델 카노네(Piazza del Cannone)를 통해 나왔다.
마치며,
이번 글에서 중간중간 들른 성당들과 랜드마크들, 나빌리오 그란데,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립과학기술박물관까지 다 쓰려 했는데 머리와 마음과 손가락이 불협화음을 내는 중이니 이쯤에서 끊기로 한다.
이번 편의 내용을 요약하면,
- 두오모 박물관은 볼만은 한데, 전시나 작품 감상이 본인 취향이 아니라면 건너뛰어도 상관 없어 보인다.
- 치아코(Ciacco)에서 피스타치오 젤라또는 먹어보도록 하자. 두오모 광장에서 몇 걸음 안 된다.
- 도시 전체에 트램이 퍼져 있다. 밀라노만의 독특한 특징이 아닐까 싶다.
- 밀라노 번화가에도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다…
- 스포르체스코 성은 겉모습만 보고 와서 내부가 어떨지는 모르겠는데,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 추종다라면 들어가봄직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