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모니 에귀디미디 전망대에 올라 바라본 몽블랑과 시내 구경 [FR-IT 경차 노마드 여행 3부]

1. 샤모니 몽블랑으로 가는 길

샤모니 몽블랑(Chamonix-Mont-Blanc)으로 간다. 알프스의 진주라 불리는 이 지역은, ‘샤모니’라고 줄여서들 부르나 보다. 전체 인구가 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아담한 마을이지만, 사계절 내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겨울이면 하얀 설원을 가르는 스키어들의 천국으로 변모한다. 다른 계절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이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려는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언제나 활기찬 관광 도시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 고속도로를 달린다. 그나마 저렴하고도 샤모니 도심과 가까운 주차장 Parking du Grépon[링크]으로  향한다. 시간당 1유로 정도의 주차비는 관광지치고는 착한 편이다. 프랑스의 유명 관광지에서 이 정도 가격은 찾아보기 힘들다. 무료 주차장은 꿈에서도 보기 힘들다.

Exiting the tunnel on the way to Chamonix Mont-Blanc, revealing a stunning view of the Mont Blanc mountain range. 샤모니 몽블랑으로 가는 길, 터널을 벗어나자 장엄한 몽블랑 산맥이 펼쳐지는 순간.
샤모니 몽블랑으로 가는 길 | On the way to Chamonix Mont-Blanc

터널을 빠져나오자 예사롭지 않은 풍경이 눈에 담긴다. 푸릇푸릇한 산들과 대조되는 하얗고 회색 빛깔의 거대한 산맥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보고 또 봐도 이질적이다. 앞 유리창에서 좌우로 요동치는 몽블랑 산맥을 보며 하는 운전은, 전혀 힘들지 않다. 오히려 절로 힐링이 된다. 

A cable car heading towards Aiguille du Midi, suspended in the sky above a parking lot in Chamonix Mont-Blanc, with autumn foliage and rugged mountain peaks in the background. 샤모니 몽블랑 주차장 위로 하늘에 걸린 에귀디미디 행 케이블카, 가을 단풍과 거친 산봉우리들이 배경을 이루는 풍경.
에귀디미디로 끌려가는 케이블카 | Cable Car Pulled Toward Aiguille du Midi

주차를 하고 나니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이럴 땐 대중을 따라가면 된다. 주차장 한쪽 편으로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오간다. 하늘 높이 빨간색 케이블카가 줄에 걸려 스르륵 이동한다. 때깔과 광택을 보아하니 새것에 가까워 보인다. 안전해 보여 안심이 된다. 관광 명소답게 돈은 많은가 보다.

Aiguille du Midi cable car station with cables stretching high into the mountains, surrounded by rugged peaks and lush green hills. 에귀디미디 행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하늘 높이 이어지는 케이블과 푸른 산 뒤로 솟아오른 뾰족한 돌산들.
에귀디미디 행 케이블카 탑승장 | Aiguille du Midi Cable Car Station

아담한 터널을 통과하니 시내가 시작된다. 먼저 케이블카 탑승장이 보인다. 케이블카 줄이 끝없이 늘어서 있다. 그 뒤로 버티고 있을 ‘정오의 바늘’, ‘남쪽이 봉우리’ 에귀디미디(Aiguille du Midi) 전망대는 아쉽게도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몽블랑의 친구쯤 되어 보이는 뾰족한 돌산이 빼꼼 삐져나와 있을 뿐이다.

2. 에귀디미디 케이블카 예약 및 가격 정보

Information center in front of the Aiguille du Midi cable car station, displaying details about operating seasons, ticket prices, multi-pass options, and an observation deck map. 에귀디미디 케이블카 탑승장 앞 인포메이션 센터, 운영 시기, 티켓 가격, 멀티패스 옵션, 전망대 지도 등의 정보가 게시된 모습.
인포메이션 센터 | Information Center

탑승장 맞은편 인포메이션에서는 티켓들의 개별 가격과 멀티패스 가격, 운행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방문한 시기에는 에귀디미디행 케이블카를 제외하고는 모두 운행이 중단되었던 늦은 시즌이라 굳이 패스를 구매하지는 않았다. 여름을 포함한 성수기에 방문했다면, 3일 혹은 6일짜리 멀티패스로 더 풍성한 경험을 할 수 있었을 터라 아쉬움이 좀 남는다.

A kiosk next to the Aiguille du Midi information center, displaying the booking process for today and tomorrow's cable car tickets in a four-image collage. 에귀디미디 인포메이션 센터 옆 키오스크에서 오늘과 내일자 케이블카 티켓을 예매하는 과정을 담은 4장짜리 콜라주.
키오스크로 티켓 예매 | Booking Tickets at the Kiosk

인포메이션 옆에 티케팅할 수 있는 키오스크가 있다. 당일 혹은 다음 날 것만 티케팅할 수 있었는데, 5~10분 단위로 케이블카가 있어 꽤나 여유 있었다. 다만 어디까지나 비수기 기준이고, 성수기 기준으로는 키오스크에서 예약하기엔 쉽지 않으니, 미리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해야 한다.

그래도 키오스크로 예약하고 싶다면,

  1. 왼쪽 하단 언어 선택을 영어로 바꾸고
  2. 오른쪽 손가락 모양이 있는 부분을 터치해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간 다음에
  3. 오늘, 내일 중 하나를 선택하고
  4. 원하는 시간대의 캐빈 번호를 선택하면 된다. 오른쪽에는 (38/50) 이런 식으로 잔여 좌석이 나온다.
위 사진은 불어 기준이긴 하지만, 내용은 같다. 우리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표를 구매하여 이메일로 티켓을 수령했는데, 아래 홈페이지 주소 링크를 남긴다. 현재의 최신 가격 정보 또한 아래의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Screenshot from the official Mont Blanc Natural Resort website showing current ticket prices and the price list for April 2025. 몽블랑 내추럴 리조트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쳐한 현재 티켓 가격과 2025년 4월의 가격표.
공식 홈페이지 가격 캡쳐 | Official Website Price Screenshot [출처: https://www.montblancnaturalresort.com/en/aiguille-du-midi]

글을 작성하고 있는 25년 2월 17일 기준으로는, 15~64세 기준 왕복 57.5~78유로다. 이 겨울에도 운영하는 게 신기하다. 스키어를 위한 곤돌라 용도가 아닐까 싶은데, 3,800m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올 수 있는 슬로프가 있긴 할까?

현재 예약 가능 시점은 25년 4월 말까지 열려 있다. 5월 초의 며칠도 선택은 가능한데, 막상 누르려 시도하면 예약이 불가하다 뜬다. 시간마다 가격이 약간 다른데, 애매한 시간대에는 50유로 대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홈페이지에서 내일자로 예약한 뒤 시내 구경에 나섰다.

3. 샤모니 몽블랑 시내 구경

에귀디미디 행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안쪽으로 좀 들어갔는데, 사람도 별로 없고 구경할 게 거의 없다. 비수기라 이렇게 사람이 없는 건가 했는데, 도심이 아니었다. 콘도 같은 게 몰려 있는 지역으로 잘못 찾아간 듯하다.

A turquoise-colored Arve River flowing through the heart of Chamonix Mont-Blanc village, surrounded by picturesque alpine scenery. 샤모니 몽블랑 마을 중심을 흐르는 옥색의 아르브 강, 아름다운 알프스 풍경에 둘러싸여 있다.
옥색의 아르브 강 | Turquoise Arve River

어디선가 물이 흐르는 소리가 난다. 귀를 기울이며 따라가 본다. 옥빛의 물이 흐르고 있다. 아르브 강(Arve)이다. 샤모니 계곡의 빙하와 만년설이 녹은 물이라 색이 특이하다. 스위스 제네바의 론강으로 이어진다고.

온천수 느낌도 나서 근처를 찾아보니 QC Terme Chamonix라는 스파가 있다. 몽블랑을 앞에 두고 인피니티 풀에서 스파를 즐길 수 있단다. 구미가 당긴다. 여유가 되면 가 보기로.

조금 더 들어가니 철로가 나온다. 일본 느낌도 나고, 스위스 느낌도 난다.

A collage featuring two images of the red Petit Train de Chamonix and one image of the route sign at the station. This small tourist train operates within Chamonix, offering a scenic ride through the town’s main attractions. 빨간색 관광 기차 쁘띠 트랭 드 샤모니의 모습과 역 표지판에 표시된 경로를 담은 콜라주. 샤모니 시내 주요 명소를 연결하며 운행하는 작은 관광 열차.
빨간 기차 쁘띠 트랭 드 샤모니 | Red Train Petit Train de Chamonix

 

좁은 마을 길 사이로 꼬마 기차가 내달린다. 쁘띠 트랭 드 샤모니(Petit Train de Chamonix)라 불리는 기차다. 마을의 주요 명소를 편리하게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약 35분 동안 편하게 앉아 샤모니의 매력을 감상할 수 있는데, 여러 언어로 된 오디오 가이드가 제공된다고 한다.

퇴근하는 빈 기차도 있고, 머리 희끗희끗하신 어르신들로 가득 찬 기차도 있다. 마을 중간중간 스테이션과 경로 안내 사진이 있다. 타보고 싶었지만, 평균 연령대를 보고는 마음을 접었다. 60대 이하는 탑승 금지 느낌이다.

A view of Chamonix Mont-Blanc town with traditional alpine buildings in the foreground and the contrasting backdrop of lush green hills and the snow-covered Mont Blanc massif. 샤모니 몽블랑 시내 전경, 전통적인 알프스풍 건물들과 푸른 언덕 뒤로 펼쳐진 만년설 덮인 몽블랑 산맥이 대조를 이루는 모습.
샤모니 몽블랑 시내 | Chamonix Mont-Blanc Town

아기자기한 마을이다. 스위스 느낌이 물씬 난다. 알프스산맥에 있는 마을들은 비슷한 감성을 가진 듯하다. 건물들이 비슷해서인가 싶다. 목재와 석재를 조화롭게 사용한 알프스 풍 건물이 대부분이다. 외벽의 색은 다 다르지만, 모두 색감이 따뜻하다.

특유의 건물들 뒤로 산들이 보인다. 푸른 나무들이 무성한 산, 그 뒤로는 나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돌과 눈의 산이 보인다. 각기 다른 산이 여러 장의 레이어로 쌓여 있는 느낌이다. 이질적이지만 조화롭다. 장엄하다. 

Église Saint-Michel in Chamonix with the Aiguilles Rouges mountain range in the background, featuring rugged peaks and a visible cable car line. 샤모니의 생 미셸 교회와 그 뒤로 펼쳐진 에귀유 루즈 산맥, 거친 봉우리들과 케이블카 라인이 보이는 풍경.
생 미셸 교회와 에귀유 루즈 산맥 | Église Saint-Michel and Aiguilles Rouges

마을 중앙에 아담한 생 미셸 교회(Église Saint-Michel)가 있다. 역시 알프스 지역의 전통적인 건축 방식으로 지어졌다. 오른쪽 건물의 창문엔 화려한 핑크빛 꽃들이 장식돼 있다. 이 장식 또한 알프스 지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문화 같은 거란다.

뒤쪽으로 보이는 뾰족한 돌산은 몽블랑 반대편에 있는 에귀유 루즈(Aiguilles Rouges)다. ‘붉은 봉우리들’이라는 뜻이다. 암석이 철분을 포함하고 있어 붉은빛을 띤다고 한다.

정상까지 이어지는 줄이 보인다. 케이블카 줄이지 싶다. 아쉽게 시즌이 아니라 운영은 하지 않는다. 만약 멀티 패스를 구매했다면, 에귀유 루즈의 브레방(Le Brévent, 2,525m) 전망대에 올라 몽블랑을 마주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에귀유루즈에서 출발하는 패러글라이딩 코스도 있다.

A collage of Aux Petits Gourmands bakery in Chamonix, featuring its exterior, displayed pastries, cookies, and salads, handmade Mont Blanc-shaped chocolates, and purchased gelato. 샤모니에 위치한 Aux Petits Gourmands 제과점의 외관, 진열된 빵과 쿠키, 샐러드, 몽블랑 모양의 수제 초콜릿, 그리고 구매한 젤라또가 담긴 콜라주.
Aux Petits Gourmands 제과점 | Aux Petits Gourmands Bakery

젤라또를 든 가족이 보인다. 먹고 싶다. 근처 젤라또 가게를 폭풍 검색! Aux Petits Gourmands[링크]로 정했다. 젤라또 전문점은 아니고, 여러 가지를 파는 제과점이다. 구글 지도 기준 4.3점에 1,425개의 리뷰. 샐러드, 빵, 쿠키, 몽블랑 모양의 수제 초콜릿, 갖가지 맛의 젤라또 등을 판다. 우린 세 덩이짜리 7~8유로쯤에 구매.

젤라또가 잘 팔리는 시즌이 아니었는지, 우리가 잘 팔리지 않는 맛을 고른 것인지, 선택한 세 가지 맛 중 하나를 준비하느라 받는 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젤라또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근데 비싸다. 만 원이 넘는다.

이때부터였다. 이후에 가는 대부분의 곳에서 우리는 젤라또를 사 먹었다. 프랑스 샤모니가 본격 젤라또 투어의 시작인 셈.

중간중간 기념품샵 구경도 하고, 기념 동전도 뽑고, QC Terme Chamonix 리셉션에 가서 문의도 하고, 이리저리 걷다 숙소로 돌아갔다. 참고로 샤모니 몽블랑의 공식 기념품샵은 에귀디미디 케이블카 탑승장 건물에 딸려 있다.

4. 에귀디미디 전망대로

다음날, 케이블카를 타러 다시 샤모니 시내로 왔다. 에귀디미디(Aiguille du Midi)로 가기 위해 대기한다. 전달 오후에는 대기줄 하나 없었는데, 오늘은 꽤 있다. 

우린 53번인데, 54번 케빈 번호가 떠 있다. 놓쳤나 싶었지만, 앞으로 쭉쭉 치고 나가 메일로 받은 예약 내역을 보여주니 문제없이 들여보내 주었다. Cabine의 숫자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차례가 되기 전에 입장하는 건 안 될 것 같지만, 예약한 캐빈 번호가 지난 뒤에 입장하는 건 문제 없나 보다.

A collage showing people waiting in line at the Aiguille du Midi cable car boarding area, with informational panels about the destination. The second image captures a staff member verifying tickets for entry. 에귀디미디 케이블카 탑승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과 전망대 정보를 담은 패널. 두 번째 사진에는 직원이 티켓을 확인하며 입장을 진행하는 모습.
케이블카 대기 줄과 티켓 인증 | Cable Car Queue and Ticket Verification

바로 탑승할 줄 알았는데, 안에도 긴 줄이 있다. 바깥보다 훨씬 더 긴 줄이다. 놀이동산 대기 줄처럼 펜스를 지그재그로 쳐 놓았다.

생각보다 금방금방 빠진다. 케이블카가 5~10분마다 한 대씩은 있어서 그런가 보다. 쭉쭉 들어가 탑승장에 다다르니 티켓 검사를 한다. 우린 홈페이지에서 예약해서 이메일로 모든 게 왔었는데, QR 혹은 바코드 사진이 포함돼 있어 스마트폰 화면을 찍고 입장했던 것 같다.

케이블카 탑승장까지 입장하는 데 한 10~15분 정도 걸린 듯.

A looping webp animation showing the Aiguille du Midi cable car arriving at the boarding station, slowing down as it approaches the platform. 에귀디미디 케이블카가 탑승장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담은 5배속 움짤, 플랫폼에 가까워지며 감속하는 장면.
주차장에서 본 새삥 케이블카 입장 | The Brand-New Cable Car Arrives

영롱한 케이블카가 탑승장으로 스르륵 밀려 들어온다. 멀리서 봐도 가까이서 봐도 튼튼해 보인다. 강대국, 선진국, 문화강국, 여행강국 프랑스답다. 한국도 여기저기 관광 명소마다 케이블카와 출렁다리를 새로 짓네 마네 하는데, 이런 데 지어야 적자가 안 나지 않을까?

플랫폼에 있는 사람들이 다 탈 수 있을까 싶은 사이즈인데, 정차하고 나니 생각보다 크고 넓고 쾌적하다. 사진에 보이는 모든 사람이 문제없이 탔다.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자는 없다. 다 서서 가야 한다.

View from the cable car approaching Plan de l’Aiguille, the mid-station at 2,317m altitude. The barren rocky landscape contrasts sharply with the lush green valley below, marking the alpine tree line. 해발 2,317m 중간 환승 지대인 Plan de l’Aiguille로 향하는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풍경. 푸른 계곡 아래와 달리, 나무가 사라지고 돌과 흙만 남은 척박한 지형이 알파인 한계를 보여준다.
척박한 중간 환승 지대 | The Barren Midway Transit Zone

환승지인 중간 지역에 도착해 간다. Plan de l’Aiguille라 불리는 지역이다. 해발 약 2,317m 지점인데, 한라산이 1,947m다. 반밖에 안 올라왔는데 한라산보다 높이 올라온 거다.

창밖으로 척박한 중간 지대가 보인다. 아래쪽으로는 푸른 숲이 무성한데, 어느 지점에 다다라서부터는 풀 한 포기 없이 흙과 돌만 있는 느낌이다. 알파인 한계(Alpine Tree Line)를 살면서 직접 본 첫 순간이다. 이 지대는 온도가 낮고 바람이 강한 데다 산소까지 부족하다. 빙하가 녹으며 아래쪽으로 움직여 토양은 깎여내려 식물이 뿌리내릴 수 있는 기반도 없다. 말 그대로 불모지다.

내려서 중간 지대를 구경하고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메인 디쉬인 에귀디미디 전망대에서 볼 거 다 보고 내려오면서 구경해도 충분하다. 그러니 빠르게 내려 빠르게 걸어 빠르게 두 번째 케이블카 줄을 선다.

A collage of three images taken from the cable car ascending to Aiguille du Midi: an endless cable line stretching into the sky, the sun resting over the mid-station, and towering rock formations with eternal snow near the summit. 에귀디미디 전망대로 향하는 케이블카에서 촬영한 콜라주: 끝없이 이어진 케이블 라인, 중간 전망대 위로 걸린 태양, 그리고 정상 근처에서 마주한 기암괴석과 만년설.
에귀디미디로 올라가는 중 | Ascending to Aiguille du Midi

사진으로 보니 밋밋한데, 직접 경험해 보면 소름 돋는다. 말도 안 되게 긴 케이블카 줄이 기둥도 없이 축 늘어져 있는데, 저 가느다란 줄에 우리의 목숨이 달려있다는 것.

어느 순간부터 급속도로 상승하는데, 깎아지른 절벽 끝에 있는 전망대에 가려 햇빛은 차단되고, 눈앞에 기암괴석과 만년설이 가까워진다. 흥분의 도가니탕.

정상에 도착하면 회색 충격방지 패드에 TÉLÉPHÉRIQUE DE L’AIGUILLE DU MIDI, 1,035M → 3,842M라 쓰여 있다. 샤모니 마을이 해발 1,035m, 도착한 전망대가 3,842m, 몽블랑이 4,807m. 이렇게 올라왔는데도 몽블랑은 1km 더 위에 있다.

내리며 준비해 온 패딩을 입었다. 샤모니 마을에서는 얇은 긴팔 한 장 달링 입고 돌아다녀도 쌀쌀한 느낌조차 없었는데, 여긴 냉동고다.

A breathtaking viewpoint at Aiguille du Midi, featuring a steep drop below the railing and an open metal staircase leading into the vast alpine landscape. Dropping any belongings here means saying goodbye forever. 에귀디미디 전망대의 아찔한 초입, 난간 아래로 이어지는 낭떠러지와 허공에 떠 있는 듯한 금속 계단. 소지품을 떨어뜨리면 다시는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곳.
아찔한 전망의 초입 | The Edge of a Dizzying View

밖으로 나선다. 시작부터 전망 죽인다. 바로 오른쪽으로 몽블랑이 보인다. 1km 위에 있다는데, 생각보다 안 높아 보인다. 뛰어서 갈 수 있을 것 같다.

난간 아래나 계단 아래는 뻥 뚫려 있어 낭떠러지 직행 길이다. 어지간하면 스마트폰 손목 스트랩은 꼭 챙기자… 떨어뜨리는 순간 추억이 깃든 폰과 영원히 작별하는 수가 있다.

난간을 잡은 손은 부들부들 떨린다. 4천 미터 고도에 적응 못 한 내 폐는 거친 숨을 강요한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를 때마다 산소 부족으로 세상이 핑 돈다. 농담 아니고 블랙아웃 올 뻔했다. 몽블랑까지 뛰어가는 건 포기.

스위스 약국에서는 처방전 없이 고산병 약을 구매할 수 있다던데, 프랑스는 아닌 것 같다. 만약 고산병 예방약인 아세타졸아마이드가 필요하다면, 한국에서 준비해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서도 처방전이 필요하긴 한데, 인천공항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다는 후기가 있긴 하다.

다음에 스위스 갈 땐 미리 챙겨가야겠다. 특히 어머니가 저혈압이 있으시니, 같이 가게 되면 필히 준비해 가야겠다. 작년인가, 이탈리아 알프스 돌로미티를 여행하던 20대 한국인 청년이, 고지대에 있는 산장에서 뜨거운 물로 샤워하다 운명한 일이 있었다. 젊다고 안전한 게 아니다. 난 무지해서 안 챙겨갔지만, 꼭 챙겨가길 바란다.

A stunning panoramic view from the lower terrace of Aiguille du Midi, overlooking Chamonix and the surrounding mountain ranges, with a weather instrument in the foreground. 에귀디미디 하부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파노라마 전경. 샤모니와 주변 산맥이 펼쳐지며, 전면에는 기상 측정 장비가 보인다.
멋진 시야! | Stunning View!

하부 전망대(Terrasse Inférieure)에서의 뷰다. 아직 메인인 상부 전망대(Terrasse Supérieure)까지 오르지도 않았는데도 눈높이에 걸리는 게 없다. 마을은 손가락만 하게 보이고, 건물은 분간도 안 될 지경이다. 날다람쥐 수트를 입고 하늘을 가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수트만 있었으면 뛰었다.

숨을 고르며 희박한 산소에 적응 좀 하고 메인 전망대로 향한다.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다 한 동굴 안에서 상부 전망대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발견했다. 5분쯤 줄 서서 타고 올라갔다.

A looping webp animation capturing the moment of stepping out of the elevator onto the upper terrace of Aiguille du Midi, revealing a breathtaking view of Mont Blanc. 에귀디미디 상부 전망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 시야가 트이며 장엄한 몽블랑의 모습이 드러나는 움짤.
어서와, 몽블랑은 처음이지? | Welcome to Mont Blanc for the First Time?

드디어 마주한 몽블랑. mont는 산, blanc은 하얀, 언제나 하얀 산. 반가운 마음에 바로 사진을 찍고 싶지만, 먼저 해야 할 게 있다. ‘공중에서의 한 걸음’을 내딛는 것. 

Pas dans le vide, 직역하면 ‘공중에서의 한 걸음’이다. 3,842m의 에귀디미디 전망대에 설치된 강화 유리 박스를 일컫는다. 바닥까지 모두 유리다. 아래로는 1,000m 이상의 낭떠러지다. 요금은 따로 없지만, 줄을 서야 한다. 줄이 길면 1시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아, 요금이 없다기보다는 케이블카 탑승 요금에 포함되어 있는 듯하다. 공짜로 즐기고 싶으면 걸어 올라오면 된다.

A collage of the entrance to "Step into the Void" at Aiguille du Midi and visitors standing inside the glass box, suspended over a 1,000m drop with Mont Blanc in the background. 에귀디미디 전망대의 "공중에서의 한 걸음" 입구와, 1,000m 낭떠러지 위에 설치된 유리 박스 안에서 사진을 찍는 방문객들.
공중에서의 한 걸음 | Step into the Void

비수기라 줄이 그렇게 길진 않았다. 한 10~15분쯤 기다린 것 같다. 차례가 되어 유리 박스로 이동하면, 직원이 폰을 건네받아 이리저리 사진을 찍어 준다. 직원마다 실력과 마인드 차이가 있는 듯하다. 열심히 찍어 주는 직원도 있고, 무표정으로 셔터만 누르는 직원도 있다. 우리는 후자의 직원이 걸렸다. 아쉽게도 건질 만한 사진은 없었다.

아래가 뻥 뚫려 아찔하긴 한데, 그 누구도 겁내는 사람은 없더라. 공포심을 자극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

A breathtaking aerial view from the upper terrace of Aiguille du Midi, looking down at the lower terrace far below, with the town of Chamonix appearing even smaller beyond. The clouds are now at eye level. 에귀디미디 상부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아찔한 풍경.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하부 전망대와, 그 너머 작아진 샤모니 마을. 이제 구름조차 눈높이에 있다.
이젠 구름조차 눈높이에 | Now Even the Clouds Are at Eye Level

‘공중에서의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 기다리다 찍은 사진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곳, 하부 전망대가 까마득히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그 너머로는 더 작아진 샤모니 마을도 보인다. 이젠 구름조차 눈높이에 있다.

마을에서 봤을 때 몽블랑 반대쪽의 에귀유 루즈(Aiguilles Rouges)도 굉장히 높아 보였는데, 여기서 보니 뒷동산 수준도 안 되어 보인다. 근데 2,965m짜리 산이다. 한라산이 1,947m고, 백두산이 2,744m다. 백두산보다도 200m가 더 높은 산이 저렇게 낮아 보인다.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아도, 여긴 끄떡없을 듯.

An Alpine Chough perched on the upper terrace of Aiguille du Midi, with a breathtaking view of the snow-covered peaks in the background. These birds are capable of flying above 4,000 meters. 에귀디미디 상부 전망대 난간에 앉은 알파인 초크 한 마리. 만년설 덮인 산봉우리를 배경으로, 4,000m 이상의 고도까지 날아올 수 있는 새의 놀라운 비행 능력을 보여준다.
이게 되네? | How Is This Even Possible?

3,842m인데 웬 새가 날아와 앉는다. 표정을 보아하니 ‘이게 되네?’ 하면서 지도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까마귀인가 싶어 알아보니, 알파인 초크(Alpine Chough, Pyrrhocorax graculus)라고 한다. 까마귀처럼 검은 깃털, 노란색 부리, 붉은색 다리. 해발 4,000m는 껌이고, 5,000m에 위치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도 목격된단다. 대단한 새였다. 오해해서 미안.

A stunning panoramic view of Mont Blanc from the upper terrace of Aiguille du Midi, showcasing the vast snow-covered peaks and surrounding rugged mountain landscape. 에귀디미디 상부 전망대에서 촬영한 몽블랑의 파노라마 풍경. 광활한 만년설과 웅장한 산맥이 펼쳐지는 장관.
파노라마로 즐기는 몽블랑 | Mont Blanc in Panorama

상부 전망대의 메인 뷰, 오지고 지리고 레릿고…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정신줄 놨으면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돌로미티 세체다에 오르기 전엔 내 인상 최고의 풍경이었다.

A breathtaking view of Mont Blanc, Mont Maudit, and Mont Blanc du Tacul, with the sun perfectly positioned above, resembling a glowing necklace in the sky. 몽블랑, 몽 마우디, 몽블랑 뒤 타쿨이 나란히 이어진 풍경. 하늘에 걸린 태양이 마치 몽블랑에 걸린 빛나는 목걸이처럼 보인다.
몽블랑 삼형제 | The Three Peaks of Mont Blanc

몽블랑 삼형제의 장대한 능선. 몽블랑 위의 태양이 목걸이처럼 걸려 있다. 왼쪽부터 몽블랑 뒤 타큘(Mont Blanc du Tacul, 4,248m), 몽 마우디(Mont Maudit, 4,465m), 몽블랑 정상(Mont Blanc, 4,809m)이다.

살면서 내가 등반할 일은 없겠지만, 정상 위에 서면 이탈리아, 스위스까지 한눈에 보인다고 한다. 그곳까지 다다르려면, 둘째 봉우리인 몽 마우디를 지나야 하는데, 마우디(Maudit)가 ‘저주받은’이라는 뜻이다. 저주받은 산이라는 것. 이름처럼 등반 난이도가 높다고 한다. 실제 2012년, 대형 눈사태가 일어나 여러 명의 등반가가 희생되었다고. 눈으로만 즐기자.

A person posing in front of Mont Blanc at the Aiguille du Midi viewpoint, with the snow-covered peaks shining under the clear blue sky. 에귀디미디 전망대에서 몽블랑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는 모습. 새하얀 만년설과 푸른 하늘이 장관을 이룬다.
몽블랑을 배경으로 한 컷 | With Mont Blanc

어딜 배경으로 찍어도 사진이 잘 나온다. 역시 사진은 모델보단 배경빨이다.

A panoramic view of Mont Blanc and the "Step into the Void" glass box at Aiguille du Midi, where a couple stands seemingly suspended in midair over a vast alpine landscape. 몽블랑과 에귀디미디 전망대의 "공중에서의 한 걸음" 유리부스를 담은 파노라마 사진. 유리 바닥 위에 선 한 커플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모습.
진짜 공중에 떠 있네? | Actually Floating in Midair?

아까 들어갔던 ‘공중으로의 한 걸음, Pas dans le vide’ 유리 박스가 보인다. 옆에서 보니까 뭔가 더 있어 보인다. 이 자리에서 찍어 주면 훨씬 더 멋있는 사진이 나올 것 같은데, 지자체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

혹시 두 명 이상이 함께 방문하거든, 한 명씩 교대로 유리박스에 들어가 남은 한 명이 여기서 찍어주는 건 어떨까?

A view of Mont Blanc’s glacier with striking patterns resembling frozen waves, showcasing deep crevasses and glacial striations that reveal the ice flow’s history. 몽블랑 빙하의 흐름이 남긴 선명한 흔적. 파도처럼 얼어붙은 형상과 깊이 갈라진 크레바스, 그리고 얼음이 지나간 길을 보여주는 빙하 긁힌 자국이 인상적이다.
빙하가 흐른 흔적 | Traces of a Moving Glacier

아래로 빙하가 흐른 흔적이 화석처럼 적나라하게 남아 있다. 마치 파도가 치다가 그대로 얼어붙은 느낌이다. 이런 모양을 부르는 다양한 단어가 있는 듯하다. 빙하 웨이브(Glacial Waves), 크레바스(Crevasses), Glacial Striations(빙하 긁힌 자국, 평행한 선형 패턴), Seracs(빙하의 얼음 탑, 울퉁불퉁한 빙벽 구조), Glacial Moraine(빙하가 남긴 자갈, 퇴적물) 등등. 근데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다. 빙하 웨이브와 크레바스가 아닐까 싶다.

A breathtaking view from Aiguille du Midi, where climbers are scaling a steep rock face near the viewpoint, with jagged Alpine peaks stretching into the horizon. 에귀디미디 전망대 인근에서 암벽 등반 중인 사람들. 거대한 바위와 함께 멀리 이어지는 알프스의 봉우리들이 장엄한 풍경을 이룬다.
조금이라도 더 높이에서 보겠다고... | Just to See from a Little Higher...
A group of climbers trekking up a snowy ridge near Mont Blanc, proving that cable cars are optional for the truly adventurous. 몽블랑을 향해 가파른 설능을 오르는 등반가들. 모험을 즐기는 이들에게 케이블카는 선택사항일 뿐이다.
케이블카? 돈 없어 | Cable Car? Too Expensive

어느 나라의 어딜 가나 엄마 말 안 듣는 사람들은 꼭 있게 마련이다. 조금 더 위에서 보겠다고 전망대까지 올라와 암벽 등반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궁핍한지 여기까지 걸어 올라오는 사람들도 있다.

농담인 거 알지?

난 하부 전망대에서 계단 오르면서도 휘청휘청거렸는데, 진짜 사람 같지도 않은 사람이 많다 싶다. 진심으로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한편으로는 조금은 애처롭다. 얼마나 도파민이 고팠으면 저 지경이 되었을까 싶다. 내가 10년만 젊었으면… 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10대, 20대로 돌아가도 안 한다. 엄마 말 잘 들어 나쁠 것 없다. 안전이 최고다.

능선을 타고 오르는 산악인들이 곧 도착할 것 같다. 맞이하러 발걸음을 옮긴다.

A group of climbers standing inside an ice tunnel after successfully reaching the Mont Blanc summit, one of them holding up three fingers to indicate their 3-day ascent. 몽블랑 정상 등반을 마친 등반가들. 한 명이 손가락 3개를 들어 보이며 베이스캠프에서 3박 4일이 걸렸다고 말하는 순간.
완등자들 | The Summit Conquerors

빛이 번지는 동굴 입구로 세 명의 완등자가 올라온다.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터진다. 그들 중 한 명이 손가락 3개를 들어 보인다. 베이스캠프에서부터 3박 4일 걸렸단다. 영화 히말라야가 생각난다. 영화는 안 봤지만 쇼츠로 찍먹했다.

따지고 보면 8,000m가 넘는 에베레스트에 비할 바가 아니다. 나중에 일론 머스크 형님께서 항공우주 기술을 미친 듯이 끌어올리시면 무언가를 타고 에베레스트 정상에 내려 찍먹하고 내려오는, 그런 대중적인 관광 코스가 생기지 않을까? 그때까지 참는다.

A paraglider soaring through the sky near Aiguille du Midi, flying alongside an Alpine Chough, with Mont Blanc’s snow-covered peaks in the background. 에귀디미디 근처 하늘을 나는 패러글라이더와 함께 비행 중인 알파인 초크. 몽블랑의 설산을 배경으로 자유롭게 하늘을 가르는 모습.
부러운 녀석 | Jealous of This One

하산을 위해 하부 전망대로 내려왔는데, 상부 전망대 위로 유영하는 패러글라이더가 보인다. 위에 조금 더 있었으면 눈높이에서 봤을 텐데 아쉽다. 옆으로는 알파인 초크가 같이 날고 있다. 둘 다 부럽다. 진심으로 부럽다.

전망대 위를 한참 동안 빙글빙글 돌더니 몽블랑을 향해 떠난다. 태양에 너무 가까이 날아가다가 날개가 녹아 추락한 그리스로마 신화 속 이카로스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여담인데, 올라가는 김에 패러글라이딩을 해 볼까 했다. 중간 지점 Plan de l’Aiguille에서 출발하는 건 시작가 160유로 내외, Aiguille du Midi에서 출발하는 건 시작가 380유로 내외다. 케이블카 비용은 따로 내야 하고, 동영상 촬영 같은 걸 추가하면 또 30~60유로가 붙는다.

고프로도 있고, 풀프레임 미러리스도 있겠다, 예약을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 봤는데, 우리가 케이블카를 타는 날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냥 포기했다. 근데 이날 내내 수많은 패러글라이더들이 하늘을 수놓더라. 단양에서 타도 20~30만 원 하는 걸로 안다.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비싼 느낌은 아니다. 몽블랑에서 패러글라이딩 했으면 평생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구글에 검색하면 업체 많이 나오니까, 경험해 보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자.

A scenic view from Plan de l’Aiguille, the mid-station of the Aiguille du Midi cable car, where the alpine tree line fades into rugged, rocky terrain. A small mountain bar with an outdoor terrace welcomes hikers who have ascended on foot. 에귀디미디 케이블카의 중간 환승역, Plan de l’Aiguille에서 내려다본 풍경. 알파인 한계를 지나 점점 황량해지는 지형과 함께, 작은 산장과 야외 테라스가 하이커들을 맞이한다.
중간계 입성 | Entering the Middle Realm

중간계 Plan de l’Aiguille로 돌아왔다. 하부 전망대에 기념품샵이 있는데 딱히 건질 건 없었다.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풍경을 보러 발걸음을 뗀다.

아늑한 산장 겸 BAR가 보인다. 그 옆으로는 잘 조성된 야외 공간이 있다. 테이블과 의자들이 많다. 하이커들의 쉼터인 듯하다. 일조량이 좋아 광합성으로 비타민D를 뽑아내기도 좋아 보인다. 패딩을 벗는다. 각종 주전부리와 기념품이 있는 BAR Plan de l’Aiguille 안쪽을 구경하고 나온다. 딱히 배가 고프거나 목이 마르진 않다.

A cable car suspended mid-air at Plan de l’Aiguille, with a paraglider soaring toward the sun, seemingly aiming to go beyond Mont Blanc itself. Plan de l’Aiguille에서 바라본 케이블카와,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패러글라이더. 몽블랑을 넘어 더 높은 곳을 향하는 듯한 모습.
태양 속으로 | Into the Sun

야외 공간에서 멍을 때린다. 케이블카가 산 중턱에 걸려 있다. 근데 태양 옆에 까만 점 같은 게 있다. 아까 몽블랑으로 향하던 그 패러글라이더 같다. 이젠 몽블랑을 넘어 태양에까지 다다르고 싶은 모양이다. 이카로스가 꿈이신가?

A colorful signpost at Plan de l’Aiguille pointing to famous mountains like Everest, K2, and Mont Ararat, reminding hikers that the descent begins here. Plan de l’Aiguille에 서 있는 형형색색의 이정표. 에베레스트, K2, 아라라트산 등 세계적인 봉우리들까지의 거리가 적혀 있다. 이제는 하산할 시간.
하산할 시간 | Time to Descend

이제 진짜로 하산해야 할 시간이다. 중간 지점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가는 길에 형형색색의 이정표가 이 방향 저 방향을 가리키며 서 있다. 뭐라 적혀 있는지 자세히 보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산, 두 번째로 높지만 등반 난이도는 극악인 K2, 노아의 방주 전설로 유명한 아라라트산 등 유명한 산들까지의 거리가 적혀 있다. 산에 미친 사람들 아니랄까 봐.

5. 집으로,

이후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기념품샵에서 몽블랑과 눈꽃이 들어 있는 병따개를 하나 샀다. 이후 시내에서 장을 보고 몽블랑이 잘 보이는 우리의 보금자리 RUBIS[링크]로 향했다.

A view from the car on the way home, driving straight toward the glowing sun, as if heading into the light itself. 집으로 가는 길, 차창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태양. 마치 태양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풍경.
나도 태양 속으로 | Heading Into the Sun

나는 이카로스처럼 날아서 태양 가까이 갈 수 없으니, 차를 타고 기어서라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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