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cale(캉칼, 껑깔) 여행, 프랑스산 고오급 굴은 뭐가 다를까?

껑깔(Cancale)이라는 소도시가 있다. 영어식으로는 캉칼, 불어식으로는 ‘껑깔’ 혹은 ‘껑꺌르’라 하니, 현지식으로 ‘껑깔’로 통일해서 쓰려고 했는데, 캉칼이 검색량이 더 많으므로 캉칼로 쓰도록 하겠다. 이전에 포스팅한 라니옹(Lannion)이나 페로스-기렉(Perros-Guirrec)처럼 브르타뉴 지방에 있는 건 맞는데, 그 둘하고는 거리가 좀 있다. 그럼 이름도 생소한 이 도시에 어쩌다 오게 되었느냐. 몽생미셸(Mont-Saint-Michel)생말로(St. Malo)를 구경하러 2박 3일 여행 왔다가 중간에 끼어 있길래 겸사겸사 방문했다.

어떻게 보면 이름이 덜 알려진 이유가 좌우로 유명 명소가 있기 때문인 셈. 그 덕분이라 해야 할까, 한층 여유롭고 한적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도시였다. 해안 절벽 코스가 많아 탁 트인 바다와 드넓은 수평선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스리기에 좋았고, 유럽인들이 환장하는 싱싱한 굴(Oysters)을 맛보기도 좋았다.

그렇다고 날 잡고 캉칼만을 위해 방문하는 건 과하니, 우리처럼 근처를 여행할 일이 있거나,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을 때 몇 시간 정도만 시간 내어 방문하기에 적당할 듯하다.

1. Pointe du Grouin(푸앙뜨 듀 그루앙) 해안절벽

몽생미셸에서 시작되는 GR34 트레킹 코스는 이전 글에서 설명했듯 브르타뉴 해안선 전체를 말한다. 그러니 몽생미셸의 바로 왼쪽이자 브르타뉴에 속한 Cancale의 모든 해안선 또한 GR34 트레킹 코스에 포함된다는 뜻이다. 덕분에 길도 잘 닦여 있고, 트레킹을 하는 방문객들도 상당히 많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포인트는 Pointe du Grouin, 이름에까지 ‘포인트’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유명한 ‘곶’이다.

사실 불어로 Pointe는 ‘곶’, 즉 바다로 돌출된 육지를 가리킨다. Grouin은 ‘돼지의 주둥이’ 혹은 ‘바위 돌출부’를 의미한다. 결국 Pointe du Grouin은 바위가 돌출된 곶이라는 뜻. 이곳은 몽생미셸 만을 내려다볼 수 있는 유명한 전망대 중 하나다.

A scenic viewpoint from Pointe du Grouin, overlooking the sea and rugged coastline. 푸앙뜨 듀 그루앙에서 바라본 바다와 거친 해안선의 아름다운 전망.
View from Pointe du Grouin 푸앙뜨 듀 그루앙에서 바라본 풍경

왜곡이 좀 심한 파노라마 사진이긴 한데, 오른쪽이 돌출된 곶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라기보다는 완만하게, 가끔은 급격하게 경사진 언덕 느낌이라 위험하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는다. 그래도 죄다 단단한 돌로 이루어져 있어, 본인 몸의 내구성을 테스트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조신하게 걸어 다니는 게 좋다. 돌들이 평평하지만은 않아서 트래킹화가 아니라 일반 운동화라면 발목이 꺾이기에 딱 좋다.

A distant view of Landre Island from Pointe du Grouin, surrounded by the blue sea. 푸앙뜨 듀 그루앙에서 바라본 렁드섬, 푸른 바다에 둘러싸인 풍경.
Landre Island seen from Pointe du Grouin 푸앙뜨 듀 그루앙에서 바라본 렁드섬
The rugged coastline to the left of Pointe du Grouin, stretching into the distance. 푸앙뜨 듀 그루앙에서 왼쪽으로 펼쳐진 거친 해안선.
Coastline to the left of Pointe du Grouin 푸앙뜨 듀 그루앙 왼쪽으로 이어지는 해안선

Pointe du Grouin 한가운데의 돌산 위에서 우측을 바라보면 Île des Landes라는 길쭉한 섬이 보인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로, 해양 조류 보호 구역 중 하나이다. 가마우지, 갈매기, 슴새 등 다양한 바닷새들이 서식하는 곳이라 조류 관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나름 유명한 섬인가 보다.

저 작은 섬과 내가 있는 Pointe du Grouin 사이에 있는 에메랄드빛 바다, 잔잔해 보여서 수영으로도 갈 수 있어 보이는데, 섬 주변으로 갈수록 바닷물이 거칠고, 암석 지형이 많아 용왕님 만나러 가기 딱 좋다고 한다.

두 번째 사진은 왼쪽의 해안선을 찍은 사진. 제주도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이국적이기도 하고 그렇다. 저 해안선을 따라 쭉 GR34 트레킹 코스가 이어진다는 건데, 바닷가라 바람은 세지만, 브르타뉴 기후는 겨울에도 온화한 편이라 언제 와도 산책을 즐기기에는 문제없다.

2. 굴의 성지 Cancale에서 만난 Marché aux Huîtres

브르타뉴 전체가 해산물로 유명하지만, 캉칼은 특히 그중에서도 굴로 유명한 지역이다. 프랑스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굴의 수도(Capitale de l’Huître)’라 불릴 정도다.

왜 이렇게 굴이 유명한고 하니, 첫 번째 이유는 조수 간만의 차. 캉칼이 위치한 몽생미셸 만(Baie du Mont-Saint-Michel)은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조수 간만의 차가 큰 곳이라고 한다. 조류가 강해서 영양분이 풍부하고, 덕분에 굴이 천연 플랑크톤을 풍부하게 흡수해서 맛과 풍미가 좋아진다고.

두 번째 이유는 2,000년도 더 전의 고대 로마 시대때부터 굴 양식이 이루어진 곳이 바로 이곳 캉칼이라 한다. 1545년에는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 1세가 캉칼 굴을 ‘왕식 공식 굴’로 지정까지 했다고.

그럼, 이 유명한 굴을 맛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

Colorful market stalls at marche aux huitres de Cancale, selling fresh oysters and seafood. 캉칼의 marche aux huitres 시장에서 신선한 굴과 해산물을 판매하는 알록달록한 노점상.
Colorful stalls at marche aux huitres de Cancale 캉칼 굴시장의 알록달록한 노점상

이미 소제목에서 스포한 Marché aux Huîtres de Cancale로 가면 된다. 근처 비싼 레스토랑에 다양한 해산물을 포함한 격식 있는 식사를 하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캉칼만의 정취를 느끼려면 이곳에만 있는 노점상이 딱이다. 형형색색 알록달록하니 분위기도 좋고, 가격도 정찰제라 한국처럼 바가지 쓸 일은 없다.

An oyster price board at marche aux huitres in Cancale, displaying various oyster types and prices. 캉칼 marche aux huitres 노점에 걸려 있는 굴 가격표

샤넬 향수마냥 N°4부터 N°1까지 있다. N°1로 갈수록 가격이 비싼 거 보니까 큰 건가 보다.

한국 굴과 비교해서 가격은 상당히 높다. 굴 관련해서 한국과 해외를 비교하는 컨텐츠들이 꽤 있어서 아는 사람도 많겠지만, 환경이나 양식하는 방법 때문에 가격 차이가 크다. 그만큼 맛과 크기, 풍미도 차이가 있다. 간단하게만 설명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먼저 종자 관련해서, 한국에서는 Crassostrea gigas(태평양 굴)만 양식하고, 캉칼에서는 동일한 Crassostrea gigas(Huîtres creuses)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유럽 토종 굴인 Ostrea edulis(유럽 납작 굴, Huîtres plates)을 양식한다.

환경적으로도 차이가 있는데, 한국의 남해는 비교적 온화한 바다로 분류되고, 캉칼은 위에 말했듯 세계에서 가장 큰 조수 간만의 차를 가진 격한 바다라, 캉칼 굴이 더 단단 쫄깃하고 풍미가 깊다고 한다. 반대로 말하면 한국 남해와 서해의 굴은 비교적 온화한 환경 덕에 부드럽고 촉촉하다는 뜻.

양식 방법에도 차이가 있는데, 한국 굴은 바다에 매달아 키우는 수하식 양식 방법으로 1~2년 정도 기른 후 채집하고, 캉칼 굴은 해저 바닥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도록 3~4년을 뒀다가 채집한다. 캉칼 굴이 성장이 느린 대신 단단하고 깊은 맛을 갖는 이유이다. 또 반대로 말하면 한국 굴은 식감이 단단하지 않고 부드럽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A beautifully displayed 9-euro oyster platter at marche aux huitres in Cancale. 캉칼 marche aux huitres 시장에서 9유로짜리 굴 한 판이 정갈하게 디스플레이된 모습.
9-euro oyster platter at marche aux huitres 캉칼 굴시장의 9유로짜리 굴 한 판

우리가 주문한 건 이 구성의 한 판 세트. 

  • 3개의 Huîtres creuses N°3 (깊고 오목한 형태의 굴, 크기 3번)
  • 3개의 Huîtres creuses N°2 (깊고 오목한 형태의 굴, 크기 2번)
  • 3개의 Huîtres longues (긴 형태의 굴)
  • 3개의 Huîtres plates N°3 (납작한 굴, 크기 3번)
굴 12개가 단돈 9유로! 한화로 13,000원 좀 넘는다. 굴 하나에 천 원이 넘는 셈… 사실 한국에서는 굴을 줘도 안 먹는 편이긴 한데, 여행지에 온 만큼, 그리고 그토록 찬양 일색인 유럽 굴인 만큼 큰 결심했다. 다행인 건 여자 친구는 굴을 좋아한다는 것.
A top-down view of a 9-euro oyster platter from marche aux huitres in Cancale. 캉칼 marche aux huitres 시장의 9유로짜리 굴 한 판을 항공뷰로 촬영한 모습.

레몬 반 개에 포크를 꽂아 준다. 굴을 잘 발릴 수 있도록 나이프도 주신다. 그릇과 포크, 나이프는 먹고 난 뒤 가게로 돌려드려야 한다.

An animation showing how to shuck Huîtres Creuses oysters. Huîtres Creuses 굴을 까는 과정을 보여주는 움짤.
Shucking Huîtres Creuses oysters Huîtres Creuses 굴을 까는 모습
An animation showing how to shuck Huîtres Plates oysters. Huîtres Plates 굴을 까는 과정을 보여주는 움짤.
Shucking Huîtres Plates oysters Huîtres Plates 굴을 까는 모습

이미 손질된 상태로 나와서 까는 데 크게 어려움은 없다. 뚜껑 열고 칼로 긁어서 레몬즙 살짝 뿌려 포크로 먹으면 된다.

먼저 Huîtres creuses, 한국의 굴과 크기가 다를 뿐 종자는 같은 태평양 굴이다. 생굴을 썩 좋아하지 않음에도, 강렬한 바다내음과 단단한 식감이 혓바닥을 만족시켜 준다.

다음으로 Huîtres plates, 유럽 토종 굴을 먹어보았다. 구입할 때 아주머니가 독특한 향이 있을 거라 했는데, 감칠맛이 상당히 좋고, 아주 살짝 견과류 같은 풍미가 느껴진다. 엄청 특별한 맛이냐 하면 그렇진 않다. 아무래도 해산물 먹는 양으로 따지면 세계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는 한국인의 한 사람인 만큼, 수많은 어패류를 맛보아 이미 단련이 되어 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A large pile of discarded oyster shells at a Cancale oyster market. 캉칼 굴 시장에서 산처럼 쌓여 있는 굴 껍데기 더미.
A massive pile of oyster shells in Cancale 캉칼 굴 시장의 거대한 굴 껍데기 더미

굴 껍데기는 테이블 아래로 던져 버리면 된다. 이미 수많은 방문객이 해치운 굴 껍질이 산처럼 쌓여 있다. 썩은 내가 좀 나긴 하는데 견딜 만하다. 주기적으로 치우니까 이 정도지 않을까?

3. Mont-Dol, 캉칼만으로는 심심하다면 방문해 볼 곳

굴 노점상들이 깔린 해안가 안쪽으로 쭉 들어가면 포장마차 같은 곳이 나오긴 하는데, 구경거리가 많은 곳은 아니다. 굴 양식장을 보는 것도 좋지만, 이미 한국에 깔린 게 양식장이다. Port de Cancale이나 Port de Pêche 같은 항구를 걷는 것도 운치 있지만, 주차장에서 굴 먹으러 가면서 이미 다 봤다.

할 거 다 하고 숙소로 가는 길, 시간 여유가 좀 있어 근처에 가 볼 만한 데가 있는지 찾다가 발견한 곳, Mont-Dol, 몽돌. 그 중심부에 360도 파노라마 뷰를 즐길 수 있는 언덕이 있다. Chapelle Notre Dame de l’Espérance 이곳을 찍고 가면 된다.

 
A traditional windmill standing on Mont-Dol against a blue sky.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몽돌에 우뚝 선 전통적인 풍차.
Windmill on Mont-Dol 몽돌의 전통 풍차

높은 언덕은 차를 타고 올라올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늘 가에 주차하고 내리면 가장 먼저 전통 풍차가 반겨준다. 전통적인 석재 풍차, 밀을 갈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브르타뉴 지방의 농업 전통을 상징하는 건물이라는데, 관광객들에게 개방이 되어 있다고 한다. 근데 우리는 문이 열려있는 줄 몰랐다.

A historic chapel, Chapelle Notre Dame de l’Espérance, standing atop Mont-Dol. 몽돌 정상에 자리한 역사적인 성당, Chapelle Notre Dame de l’Espérance.
Chapelle Notre Dame de l’Espérance on Mont-Dol 몽돌 정상에 위치한 Chapelle Notre Dame de l’Espérance

풍차를 지나 언덕을 더 올라가 보면 작은 예배당이 보인다. 이름은 Chapelle Notre Dame de l’Espérance(노트르담 드 레스페랑스 예배당). 해석하면 ‘희망의 성모 예배당’인데, 이름처럼 성모 마리아에게 헌정된 예배당이다. 나름 성지순례 장소로도 유명한 듯하다.

이곳에는 전설도 있는데, 여기가 성 미카엘과 악마가 맞짱 뜬 곳이란다. 성 미카엘이 이겨서 악마는 쫓겨났다고…

노트르담 타워는 역시 개방돼 있어 등반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사실 열려있는 줄도 몰랐다…  꼭대기에 올라서면 360도 파노라마뷰가 펼쳐지면서, 한쪽으로는 캉칼만이 쫙 보이고, 다른 한쪽으로는 몽생미셸이 보인다고 하니, 나 대신 누군가 가서 봐주었으면 좋겠다.

4. 마치며,

여행은 종종 기대하지 않았던 작은 곳에서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그게 바로 여행의 묘미 아닐까. 캉칼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선물 같은 곳이었다. 단순히 몽생미셸과 생말로 사이에 낀 작은 소도시에 불과했지만, 이내 특별한 추억이 되었다.

화려함만을 좇는 여행은 피로와 단조로움을 남긴다. 소박함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느끼는 경험이 섞여 있어야 화려함을 마주했을 때 더 큰 희열을 느낄 수 있는 법이다. 눈부신 명소들 사이사이에 자리한 조용한 도시들, 소소한 풍경들이 여정에 깊이와 풍미를 더해 주지 않을까 싶다.

근처 동네 마실 가듯 다녀온 소도시 캉칼, 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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