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의 꽃,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방문기 + 예매 방법, 밀라노(2) [FR-IT 경차 노마드 여행 9부]

밀라노에 도착하자마자 병원부터 갔던 이야기를 이전 편에 썼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국립 병원에서는 간단한 진료조차 받기 어려우니, 아프면 여행자 보험을 꼭 챙기고 사립 병원으로 직행하라는 내용이다. 밀라노의 대중교통 이용 방법에 대한 상세 정보도 담았으니, 관련 정보가 필요하다면 8부를 참고하길 바란다.

첫날, 우리는 두오모 광장과 성당,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를 살짝 맛보고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숙소 이야기는 아직 안 했으니, 지금부터 소개하겠다.

아래는 맛보기 짤.

Long-exposure shot of Milan Cathedral at night, capturing blurred movements of the bustling crowd. 장노출로 담은 밀라노 대성당의 야경, 분주한 인파의 흐름이 몽환적으로 표현됨.
장노출로 담은 밀라노의 밤 | Milan’s Night in Long Exposure

1. 생존을 위한 가성비 노마드 숙소 찾기

가성비 노마드 경차 여행(이라 쓰고 생존이라 읽어야 하는) 중이라, 역시 가장 우선되는 조건은 돈이다. 한 달이 넘는 기간을 떠돌며 지내다 보니, 가장 많이 지출되는 비용이 숙박비다. 그래서 가능한 1박 60유로 이내의 숙소를 잡으려 했는데, 밀라노는 물가가 만만치 않았다.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외곽인데도 60유로대 숙소는 찾을 수 없어, 기타 비용 다 포함 3박에 255유로, 하루에 85유로 정도를 지불했다. 그래도 집 컨디션은 기대 이상이었다.

Cozy and well-equipped apartment in Milan with modern amenities. 편안하고 시설이 잘 갖춰진 밀라노 숙소 내부.
밀라노 숙소 모습 | Milan apartment interior [출처:booking.com]

당시 예약했던 부킹닷컴에서 찾아보니 숙소가 사라진 것 같은데, 구글링하니 내부 사진 몇 개는 나와서 가져왔다. 숙소명은 ‘Casetta Lamarmora’이고, 몬차 지역에 위치해 있다.

1층이라 건물 외부의 골목길과 맞닿은 쪽이라 외부 소음이 조금 있긴 했다. 한적한 골목길이어서 다행이었지, 번화가였다면 잠도 제대로 못 잤을 것이다. 그래도 여자친구와 나는 항상 귀마개를 끼고 자기 때문에, 어지간한 소음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공간은 넓고 편의시설도 좋았다. 커피머신, 커피, 기본적인 조미료와 간단한 식재료, 크고 깨끗한 냉장고, 세탁기, 깔끔한 욕실, 높은 층고까지… 더 바랄 게 없는 완벽한 숙소였다. 한 달 반 남짓한 노마드 생활 중, 가격을 제외하고 비교하면 단연 TOP 3 안에 들 만큼 만족스러웠다.

Gated parking area inside a Milan apartment complex. 밀라노 숙소 내부의 철문이 있는 주차 공간.
밀라노 숙소 주차장 | Milan apartment parking

건물 중앙에 네모난 마당 겸 주차장이 있었는데, 주차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리모컨으로 여닫는 철문이 있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완전한 프라이빗은 아니지만,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어 안전한 주차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차를 가지고 여행하면 항상 주차 문제가 걱정된다. 가끔 모든 짐을 내리지 않고 차 안에 두어야 할 때가 있는데, 유럽의 차량 절도 문제 때문에 항상 불안하다. 밀라노 다음 목적지인 피사에서 뼈저리게 느낀 이 문제는 다음 편이나 다다음 편에서 상세히 다루겠다. 렌터카도 마찬가지니, 자동차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숙소 선정 시 반드시 주차 환경을 꼼꼼히 확인하길 바란다.

2. 저렴하고 안전한 주차장을 찾아서

밀라노 시내에 주차하자니 주차비가 감당이 안 된다. 그래서 항상 안전하고 저렴한 외곽 주차장을 찾는 편이다. 주차한 뒤 지하철이나 버스, 트램 등 대중교통을 타고 시내로 진입하는 것이 마음도 편하고, 지갑도 편하다. 그래서 보통은 주차장을 열심히 찾는다.

그런데 밀라노는 지도를 켜니 ‘내가 개쩌는 주차장이오!’라고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표시되는 애가 있더라. 운명은 소리없이 다가온다.

ATM Maciachini Parking, a highly rated parking facility in Milan. 밀라노에서 평점이 높은 ATM Maciachini Parking 주차장.
밀라노 최고의 주차장 | Milan best parking

이름은 ‘ATM Maciachini Parking’ [링크]이다. 차를 가지고 여행하면서 주차장을 꽤 많이 찾아봤는데, 평점이 4.3인 주차장은 귀하다. 리뷰가 500개나 있으니 뻥카도 아니다.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밀라노 정북방향에 위치한 주차장인데, 근처의 Maciachini 역에서 노란색 3호선을 타면 두오모 광장과 성당이 있는 Duomo역까지 15분 만에 직행으로 갈 수 있다. 도시의 심장을 파고들기에도 최적의 위치라는 뜻. 기똥차다.

대형 주차장이라 자리도 많고 넓다. 지하인 데다 통제실이 있어 안전도 최상급.

Parking fee screen and a Toyota Aygo parked inside ATM Maciachini Parking in Milan. 밀라노 ATM Maciachini Parking의 요금 화면과 주차된 도요타 Aygo.
요금표와 우리 차 | Parking fee and our car

더 놀란 부분은 요금. 5시간 넘게 주차했는데 2유로 나왔다. 다른 대도시에서는 외곽 주차장도 안전한 공인 주차장의 경우 최소 시간당 1유로 이상이었고, 시간당 2유로에 가까운 주차장도 있었는데, 여긴 그런 편견을 깨부수는 곳이다. 심지어 최근까지도 요금이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

두 달 전 기준 주차요금이다.

  • 5시간까지 : €1.50
  • 5~10시간 : €2.00
  • 10~15시간: €2.50
  • 15~19시간: €4.00
  • 19~24시간: €7.50

진심으로 땅을 파서 장사하나 싶은 가격인데, 진짜 땅을 깊게 파 놔서 이런 가격이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땅주인 리스펙, 샤랴웃.

지하철 소개는 전 편에서 했으니, 여기서는 건너뛰겠다. 지하철 관련 내용이 궁금하다면, 이전 편 [링크]을 참고하길 바란다. 아래쪽에 [RicaricaMi 교통카드 2025 완벽 가이드] 내용이 있다.

3. 붐비는 두오모 광장과 찬란한 갤러리아

A lively scene at Milan’s Duomo Square, with the magnificent Milan Cathedral (Duomo di Milano) towering over the crowd. 밀라노 두오모 광장의 활기찬 풍경, 웅장한 밀라노 대성당이 사람들 위로 솟아 있다.
밀라노 두오모 광장의 풍경 | The Scene at Milan’s Duomo Square

전날인 일요일 오후에 찍은 사진이다. 주말답게 사람들로 넘쳐났다. 그래서 평일에는 괜찮겠지 싶었는데,

A bustling afternoon at Milan’s Duomo Square, with the iconic Duomo di Milano standing tall. 밀라노 두오모 광장의 붐비는 오후, 상징적인 두오모 대성당이 우뚝 솟아 있다.

어림없는 뽈. 대표 관광지는 주말이나 평일이나 미어터진다.

두오모 역에서 올라오면 가장 먼저 발을 디디게 되는 곳이 피아자 델 두오모(Piazza del Duomo)다. 피아자는 광장이란 뜻이다. 구글 지도에서 수도 없이 본 단어일 테다. 두오모(Duomo)는 대성당이라는 뜻이다. 밀라노 대성당 말고도, 피렌체 대성당이나 시에나 대성당도 ‘두오모’라 불린다. 고유명사라기보다는 각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성당을 가리키는 말이라 이해하면 된다. 두오모는 라틴어 domus(집)에서 유래했는데, 원래는 ‘신의 집’이라는 뜻이란다.

광장은 넓고, 밀라노 대성당은 높다. 처음 봤을 때 몸에 살짝 전율이 흐를 정도였다. 프랑스 여기저기를 여행하며 유명한 성당을 여럿 보았는데, 외형만 따졌을 때 밀라노 두오모가 가장 내 취향이다. 근데 내부는 솔직히 별로다. 이건 조금 이따가 자세히 설명하겠다.

The statue of Vittorio Emanuele II and the Milan Cathedral at Duomo Square. 밀라노 두오모 광장의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마상과 두오모 대성당.
두오모 광장의 기마상과 대성당 | Equestrian Statue and Duomo Cathedral at Milan’s Duomo Square
The equestrian statue of Vittorio Emanuele II at Milan’s Duomo Square, surrounded by historic buildings. 밀라노 두오모 광장에 자리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마상과 주변의 역사적인 건물들.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동상 | Statue of Vittorio Emanuele II in Milan

넓은 광장 한복판에 청동으로 만든 기마상이 우뚝 서 있다. 받침대는 대리석과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Vittorio Emanuele II) 기마상이다. 프랑스어로는 엠마누엘이라고 읽는데, 이탈리아에서는 이탈리아 발음 법칙을 따라야 한다. 에마누엘레다. 기무치가 아니라 김치인 것처럼 말이다.

간단하게 이 기마상의 의미를 알아보자: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마상

  • 주인공: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 이탈리아를 통일한 초대 국왕 (1861년 이탈리아 통일)
    • “이탈리아의 아버지”라고 불림
  • 제작 연도: 1896년
  • 조각가: 에르콜레 로사(Ercole Rosa)
  • 재료: 청동(bronze)

재미있는 이야기 & 특징

  1. 왕의 위엄을 강조한 자세
    • 말 위에 당당하게 앉아 있고, 칼을 뽑아 전투를 지휘하는 모습
    • 아래에는 병사들과 사자상이 함께 조각되어 전투에서의 승리를 상징
  2. 이탈리아 통일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짐
    • 밀라노는 이탈리아 통일 운동(리소르지멘토, Risorgimento)에서 중요한 도시였음
    •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가 이끄는 사르데냐 왕국이 오스트리아를 몰아내고 밀라노를 해방
  3. 두오모와 함께 밀라노의 상징
    • 두오모 성당과 마주 보면서 밀라노 중심 광장을 더욱 웅장하게 만들어 줌
    • 현지인들은 이 조각상을 종종 “말 탄 왕”(Il Re a Cavallo)이라고 부르기도 함
  4. 두오모 광장의 랜드마크이자 만남의 장소
    • 광장에서 약속을 잡을 때 “말 탄 왕 밑에서 만나자!” 하고 말하는 경우가 많음
    • 관광객들도 두오모를 배경으로 이 조각상 앞에서 사진을 많이 찍음

현지인들에게는 만남의 장소라고 한다. 말 탄 왕 아래에서 만나자, 라는 약속은 마치 우리가 강남역 10번출구에서 만나자고 하는 것과 비슷한 의미일 듯하다.

The stunning Galleria Vittorio Emanuele II, one of the oldest shopping arcades in Europe.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쇼핑 아케이드 중 하나인 웅장한 갤러리아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 Galleria Vittorio Emanuele II
Inside the Galleria Vittorio Emanuele II, Milan’s iconic shopping gallery, featuring elegant architecture and luxury boutiques. 밀라노의 대표적인 쇼핑 명소, 갤러리아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내부의 화려한 건축과 고급 브랜드 매장.
화려한 갤러리아 비토리오 엠마누엘 2세 | The Elegant Galleria Vittorio Emanuele II

광장과 성당 옆으로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이름을 딴 갤러리아(Galleria Vittorio Emanuele II)도 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쇼핑 아케이드 중 하나다. 여기도 주요 관광지이자 쇼핑몰이라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어딜 들어가기가 겁날 지경이다.

아무튼 유명한 곳이니, 대강은 알아두는 게 좋겠다: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

  • 위치: 밀라노 두오모 광장과 라 스칼라 극장을 연결하는 곳
  • 건축 연도: 1865년 착공, 1877년 완공
  • 건축가: 주세페 멩고니 (Giuseppe Mengoni)
  • 양식: 신고전주의 + 철과 유리를 활용한 19세기 아케이드 스타일

특징

  •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쇼핑 아케이드 중 하나
  • 아치형 유리 천장과 화려한 모자이크 바닥이 인상적
  • 내부는 십자형 구조로 설계되었으며, 중앙 돔이 있는 대형 회랑 형태

주요 브랜드와 상점

  • 프라다, 구찌,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 매장
  • 고급 레스토랑과 카페가 위치 (특히 1824년 개업한 Marchesi와 1867년 개업한 Biffi 카페가 유명)

재미있는 이야기

  • 건축가 주세페 멩고니는 완공 직전 갤러리아의 한 부분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완성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니,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 바닥의 모자이크 타일 중 황소 문양(토로) 부분을 뒤꿈치로 세 바퀴 돌면 행운이 온다는 전설이 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 의식을 행하느라 바닥에 움푹 패인 자국이 생겼다고 한다.
  • 밀라노 시민들에게는 “밀라노의 거실”로 불릴 만큼 중요한 만남의 장소이다.

이탈리아 통일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만큼, 당시의 역사적 의미와 화려한 건축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돈이 없어서 명품 쇼핑은 안(못) 했다.

4. 하늘로 향하는 579년의 신앙, 밀라노 두오모 탐험 및 티켓 예매 방법

우리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입장권을 구매했다. 이메일로 구매내역과 인증할 수 있는 수단을 받았던 것 같은데, 아래 사진에 표시한 쪽, 즉 성당의 우측편에 줄을 서는 영역이 있다.

The ticket queue area on the right side of Milan Cathedral’s entrance.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입구 오른편의 입장 대기 줄.
두오모 대성당 입장 줄 | Ticket Queue for Milan Cathedral

공식 티켓 구매 사이트는 아래 버튼 클릭.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오프라인으로 구매하는 게 좀 더 싸다. 인터넷 예약할 때 사전 예약 수수료(Presale rights)라면서 몇 유로를 떼어간다.

글을 쓰고 있는 3월 5일 현재 기준 온라인 가격은 아래와 같다:

밀라노 대성당 온라인 티켓 종류 및 가격

  1. 일반 티켓 (Full price)
    • 가격: €10.00
    • 사전 예약 수수료 (Presale rights): €1.00
    • 총액: €11.00
  2. 할인 티켓 (Reduced price)
    • 대상: 6~18세 어린이
    • 가격: €5.00
    • 사전 예약 수수료: €0.50
    • 총액: €5.50
  3. 무료 티켓 (Free)
    • 대상: 0~5세 어린이, 관광 가이드
    • 티켓 가격: €0.00
    • 사전 예약 수수료: €0.50
    • 총액: €0.50
  4. 가족 티켓 (Family ticket for 3)
    • 구성: 성인 2명 + 18세 미만 1명
    • 가격: €25.00
    • 사전 예약 수수료: €1.50
    • 총액: €26.50
  5. 가족 티켓 (Family ticket for 4)
    • 구성: 성인 2명 + 18세 미만 2명
    • 가격: €30.00
    • 사전 예약 수수료: €1.50
    • 총액: €31.50

만약 오프라인으로 구매하고 싶다면 아래를 참고하자.

The official ticket office and self-service kiosk for Milan Cathedral.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의 공식 티켓 판매소와 키오스크.
두오모 대성당 티켓 판매소 | Milan Duomo Ticket Office

성당 우측으로 조금 들어가면 성당 건너편에 “DUOMO SHOP, TICKETS”라 쓰인 빨간 깃발이 펄럭이는 상점이 있다. 밀라노 대성당 옥상을 구경하고 내려와 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건물이다. 위 사진이 출구로 나오며 찍은 장면이다.

내부로 들어가면 키오스크가 있다. Duomo는 내부 입장, Terraces는 옥상 테라스 입장, Museum은 박물관 입장 관련이다. 박물관은 티켓파는 곳 옆 왕궁 건물에 붙어 있다.

Lift는 엘리베이터 이용하는 거니, 부모님과 방문한다면 고려해볼 만한 옵션이다. 돈 좀 더 들이고 몸이 편한 길을 찾고자 한다면, 이 옵션을 선택하면 된다. 우리는 건강한 두 다리를 가졌다고 생각해 Stairs를 선택했다. 아래에서 내부 – 계단 – 옥상 – 기념품샵 – 박물관 순으로 설명하겠지만, 걸어 올라갈 만했다.

참고로, 라떼는 인터넷 예약으로는 구매할 수 없는 시간대의 티켓들이 오프라인 키오스크에서는 구매가 가능했다. 지금 공식 홈페이지의 티켓 예약 페이지를 보니,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아무튼 시기에 따라서나 모종의 이유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살 수 있는 티켓의 시간대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자.

본격적으로 밀라노 두오모를 보기 전에, 간단하게 알고 가자.

밀라노 대성당 (Duomo di Milano) 요약 정리

  • 건축 기간: 1386년 착공, 1965년 공식 완공 (무려 579년!)
  • 스타일: 고딕 양식, 세계에서 가장 큰 고딕 성당 중 하나
  • 크기: 길이 158m, 너비 92m, 높이 108m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성당)
  • 수용 인원: 약 40,000명

특징 및 재미있는 사실

  • 지붕 위를 걸을 수 있음
    • 성당의 가장 유명한 특징 중 하나. 계단 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올라갈 수 있음
    • 밀라노 시내와 알프스 산맥까지 보이는 환상적인 전망
  • 135개의 첨탑과 3,400개 이상의 조각상
    • 가장 높은 첨탑(108m)에는 ‘황금 성모 마리아 상(Madonnina)’이 있음
    • 성당 곳곳에 성인, 동물, 괴물, 심지어 괴짜 조각상도 숨어 있음
    • 한 조각상은 19세기 정치인 얼굴을 본떠 만들었다고 함
  • 나폴레옹과 관련된 이야기
    • 1805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이곳에서 이탈리아 왕으로 즉위
    • 이후 완공을 지시했지만, 사실 끝까지 다 지어진 건 1965년
  • 뼈가 투명한 성인의 유해
    • 내부에는 성 바르톨로메오 동상이 있는데, 벗겨진 가죽을 걸치고 있음
    • 대리석이 아니라 실제 인간 피부처럼 조각되어 있어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냄
  • 유리창은 ‘스토리북’ 역할
    •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 창이 성서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표현
    • 중세에는 문맹률이 높아 그림으로 성경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었음
  • 지하 유적 탐방 가능
    • 성당 아래에 고대 로마 시대 세례당(4세기경)과 유적이 남아 있음
    • 현재 성당이 서 있는 곳은 원래 로마 시대부터 중요한 종교적 장소였음
  • 밀라노 시민들의 ‘정체성’ 같은 곳
    • 현지인들이 만남의 장소로 두오모를 지정하는 경우가 많음
    • 밀라노 사람들이 “두오모 공사 끝날 때 다시 보자”라고 말하면, “절대 끝나지 않을 거야”라는 의미의 농담

 

The grand interior of Milan Cathedral, featuring towering columns and stunning stained glass windows.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의 웅장한 내부, 거대한 기둥과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돋보인다.
두오모 대성당 내부 | Inside Milan Cathedral

내부는, 넓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성당답다. 궁금해서 순위를 찾아보니,

  1.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2. 브라질, 성 바울 대성당
  3. 스페인, 세비야 대성당
  4. 미국 뉴욕, 성 요한 대성당
  5. 이탈리아, 밀라노 대성당
순이라고 한다.

층고가 넓어 개방감이 어마어마한데, 돌의 색상 때문인지 약간 꼬질꼬질한 느낌도 든다. 외부는 참 깨끗했는데, 내부는 동굴 같은 어두컴컴한 느낌이다. 실제로 어두컴컴하다는 뜻은 아니다. 창이 모두 스테인드글라스라 조금의 자연광만으로도 휘황찬란하다. 단지 벽돌들이 꾀죄죄하다는 뜻.

현지인의 농담 ‘두오모 공사 끝날 때 다시 보자’라는 말처럼, 언제나 공사 중이라, 방문한 날도 공사 중이었다. 내부, 외부 모두 공사 중이었다. 아마 영원히 공사 중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The striking statue of Saint Bartholomew inside Milan Cathedral, showcasing detailed anatomical precision.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내부에 있는 성 바르톨로메오 석상, 정교한 해부학적 표현이 돋보인다.
성 바르톨로메오 석상 | Statue of Saint Bartholomew

딱 봐도 범상치 않은 석상이 서 있다. 인체 해부도 느낌이다. 위에서 말한 성 바르톨로메오 석상이다. 근육의 결 하나하나가 살아 있어 섬뜩하면서도 오묘한 느낌을 준다. 걸치고 있는 것은 벗겨진 자신의 가죽이라고 한다. 종아리 핏줄을 보니 하지정맥류가 의심된다.

그 옛날 조각가들은 어떻게 이런 근육 구조와 혈관을 정확히 알았을까? 뭔 짓들을 했길래…

의학과 예술이 결합된 르네상스 시대의 산물을 한참 바라보았다.

A glimpse of ancient ruins beneath Milan Cathedral, visible through glass panels.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아래 유리 너머로 보이는 고대 유적의 흔적.
두오모 대성당 지하 유적 | Ancient Ruins Beneath Milan Cathedral

성당 지하에는 고대 유적이 존재한다. 내부에서도 유리 너머로 살짝살짝 보인다. 사진에 어렴풋이 보이는 것이 밀라노의 첫 번째 대성당이었던 성 암브로지오 대성당의 흔적이라고 한다.

역사를 좋아한다면 고대 유적까지 방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나는 역사에는 잼병이라 더 이상 파고들진 않았다. 대신 성당의 웅장함을 오래도록 감상했다.

A single prayer candle burning in Milan Cathedral, symbolizing reflection and hope.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에서 밝힌 하나의 기도 촛불, 성찰과 희망의 상징.
두오모 대성당에서 켠 촛불 | A Candle Lit in Milan Cathedral

이날도 역시 공헌하고 촛불 하나 붙였다.

“지치고 힘들 땐~ 내게 기대~

언제나 니 곁에~ 서 있으을 게~”

– God, 촛불하나 中 – 

g.o.d와 참 어울리는 공간이지 싶다. 오래된 성당의 고요함 속에서 촛불 하나를 켜니, 왠지 모를 편안함이 찾아왔다. 비록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더라도, 이런 공간에서 잠시 마음을 내려놓는 시간은 여행의 또 다른 묘미가 아닐까.

5.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밀라노, 두오모 옥상 테라스

The exterior details of Milan Cathedral and the entrance to the rooftop terrace.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의 정교한 외부 조각과 옥상 테라스 입구.
옥상 가는 계단으로 향하는 길 | Path to the Stairs Leading to Milan Cathedral Rooftop

내부 구경을 마쳤으니 이제 성당 위로 올라가 볼 차례다. 내부에서 바로 올라가는 계단은 없다. 외부로 나갔다가 다른 입구로 다시 들어가야 한다.

성당에서 나가는 느낌은 언제나 좋다. 밝은 외부로 나가며 눈이 적응하지 못해 세상이 환하게 빛나는 순간이, 마치 텔레포트를 해서 다른 공간으로 순간이동한 느낌을 준다. 어둠에서 빛으로 나오는 순간의 그 짧은 눈부심이, 성스러운 공간에서 세속적 공간으로 돌아오는 경계를 더욱 분명하게 만들어준다.

이번엔 성당의 왼편으로 가야 한다. 외부 장식 하나하나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다. 진짜 ‘어케 했노…’싶다. 그렇게 감탄하며 쭉 걸어가면, 선글라스를 쓴 멋진 아저씨가 손으로 우리의 전진을 멋있게 막는다.

A narrow, ancient stone staircase leading up to the rooftop of Milan Cathedral.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옥상으로 향하는 좁고 오래된 돌계단.
두오모 대성당 옥상으로 가는 길 | Climbing to Milan Cathedral Rooftop

짐검사를 받은 뒤 바로 계단이 시작된다. 두 사람이 동시에 올라갈 수 없을 정도로 좁은 폭이다. 그 유명한 짤로 도는 뫼비우스의 무한 계단 짤처럼 사각형의 계단을 오른다. 계단 개수는 251개로 약 20층 높이에 해당한다.

나선형 계단을 오르는 동안 호흡이 조금 가빠졌지만, 곧 만나게 될 전망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 정신없이 오르다 보면 밖으로 나가는 통로가 보인다.

The intricate spires of Milan Cathedral’s rooftop, reaching towards the sky.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옥상의 정교한 첨탑들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다.
두오모 대성당 옥상의 첨탑 | Spires of Milan Cathedral Rooftop

쇼생크를 탈출하면 이런 기분일까. 첨탑 하나하나의 꼭대기에 각기 다른 모양의 조각상이 우뚝 서 있다. 첨탑 자체의 디테일도 엄청나다. 말 그대로 고딕고딕 하다.

흰색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첨탑들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솟아오른 모습은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마치 하늘을 향해 뻗은 기도의 손길 같은 느낌이다.

Intricate stone statues and gargoyles on the rooftop of Milan Cathedral.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옥상의 정교한 석상과 가고일.
두오모 대성당 옥상의 석조 조각들 | Stone Sculptures on Milan Cathedral Rooftop

조금 꼬질꼬질한 조각상들도 있긴 한데,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이 정도 공을 들이려면 사람을 얼마나 못살게 굴어야 했을까 싶다. 조각가들에게 조의를 눌러 x를 표한다.

현대의 기술로도 이렇게 정교한 작업을 하기 어려울 텐데, 수백 년 전 장인들은 어떤 열정과 인내로 이 모든 것을 만들어냈을까? 한 조각상이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지 상상만 해도 경이롭다.

Visitors climbing the final staircase to reach the rooftop terrace of Milan Cathedral.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옥상 테라스로 올라가는 마지막 계단을 오르는 방문객들.
두오모 대성당 옥상의 마지막 계단 | Final Steps to Milan Cathedral Rooftop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어도 피할 수 없는 계단이 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애교로 넘어가자. 마침내 마지막 계단을 오르면, 온전한 테라스 옥상이 펼쳐진다.

The Madonnina statue atop Milan Cathedral, standing as the city’s guardian.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꼭대기에 자리한 마돈니나 동상, 도시의 수호자로 여겨지는 존재.
두오모 대성당과 마돈니나 | Milan Cathedral and the Madonnina

역시나 여기도 공사 중이다. 첨탑 꼭대기에 마돈니나(Madonnina)가 서 있다. ‘작은 성모 마리아’라는 뜻이다. 작아 보이지만 실제 키가 4.16m에 달한다. 인간 크기가 아니다. 구리로 만들고 금을 씌운 것이라고 한다. 돈이 부족했나? 전남 함평에서 제작한 황금박쥐상도 순금인데?? ㅋ

마돈니나는 밀라노의 수호자로 여겨진다. 전통에 따르면, 밀라노에 어떤 건물도 마돈니나보다 높게 지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현대 고층 건물이 세워질 때마다 그 건물의 꼭대기에 마돈니나의 작은 복제품을 올려놓는 관습이 생겼다고 한다. 도시를 지켜주는 성모님의 시선이 언제나 밀라노를 포용하고 있다는 아름다운 생각이다.

A panoramic view of Milan from the Duomo rooftop, featuring the distinctive Velasca Tower.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옥상에서 내려다본 도시 풍경, 독특한 벨라스카 타워가 돋보인다.
두오모 옥상에서 본 밀라노와 벨라스카 타워 | Milan Skyline and Velasca Tower from Duomo

저 멀리 이상하게 생긴 건물이 보인다. 벨라스카 타워(Torre Velasca)다. 엄청 유명한 건물이다. 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장소에 재건된 것으로, 건축연도가 1956년~1958년이다. 우리나라는 저 때 초가집이 대부분이었을 텐데, 역시 이탈리아도 강대국임이 분명하다.

건축 스타일이 브루탈리즘(Brutalism)과 현대적 해석의 중세 건축의 조합이라는데, 건축에 관심 많다면 꼭 가봐야 할 곳이다. 밀라노의 르네상스와 고딕 건축과 다르다고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현재는 밀라노의 중요한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시간이 흐르며 이제는 걸작으로 인정받는 건축물이 되었다.

옥상에서 바라보는 밀라노의 전경은 정말 아름답다. 붉은 지붕들과 현대적인 건물들이 어우러진 도시의 풍경, 그리고 멀리 보이는 알프스 산맥까지… 이런 경험을 위해 251개의 계단을 오른 보람이 있다.

Scaffolding covering parts of Milan Cathedral during ongoing restoration work.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인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비계가 일부를 덮고 있다.
끝없는 복원 작업 중인 두오모 대성당 | Endless Restoration of Milan Cathedral

내려가면서 보는 뷰도 ‘공사장 뷰’다. 디테일이 너무 살아 있다 보니 때 빼고 광 내고 복원하고 등등 정말 품이 많이 드는 모양이다. 수세기에 걸친 위대한 프로젝트는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 내려가면 성당 내부인데, 바깥으로 연결되는 출구로만 나갈 수 있고, 다시 안으로 들어갈 순 없다. 들어갈 수는 있는데, 무섭게 생긴 아저씨가 막고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고 들어갈 것.

우리는 무서워서 그냥 출구로 나갔다. 때론 용기보다 현명함이 필요한 법이다.

Souvenirs from the Milan Cathedral shop, including books, puzzles, and miniature models.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기념품샵에서 판매하는 책, 퍼즐, 미니어처 모형 등 다양한 상품.
두오모 대성당 기념품샵 | Milan Cathedral Gift Shop

출구로 나오면, 앞서 설명한 두오모샵이 있다. 여러 기념품을 판매하는데, 한글로 된 책도 있어 반가웠다.

계속해서 쏟아지는 관광객들에게 두오모의 역사와 의미를 전달하는 다양한 상품들이 있었다. 미니어처 두오모부터 시작해 각종 엽서, 책, 장식품까지… 두오모의 아름다움을 집에까지 가져갈 수 있는 품목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퀄리티는 잘 모르겠다.

A souvenir 0 Euro banknote featuring Milan Cathedral, obtained from a vending machine.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이 새겨진 0유로 기념 지폐, 자동판매기에서 발행한 기념품.
두오모 대성당 0유로 기념 지폐 | Milan Cathedral 0 Euro Souvenir

딱히 사고 싶은 게 없다. 기념 주화가 있으면 동전을 사고 싶었는데, 돌려서 찌그러뜨리는 동전밖에 없다. 그래서 2유로 동전을 0유로 지폐로 바꿔왔다.

이 지폐는 지금도 수십 년 된 나무 장식장에서 이제는 마시지 못할 각종 주류들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마치며,

원래는 박물관(뮤지엄)까지 작성하려 했는데, 글이 너무 길어졌다. 밀라노에 3박 머물렀는데, 생각보다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내부까지 들어가 본 곳은 적지만, 패션의 고장답게 도시 전체에서 느껴지는 세련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냥 시내 여기저기를 트램과 함께 걷고, 유명 명소와 성당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밀라노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트램이 다니는 감성 넘치는 시내 거리, 스포르체스코 성(Castello Sforzesco), 산타 마리아 델 카르미네 성당(Chiesa di Santa Maria del Carmine),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Basilica di Santa Maria delle Grazie),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립과학기술박물관(Museo Nazionale Scienza e Tecnologia Leonardo da Vinci), 산 로렌초 원주(Colonne di San Lorenzo), 밀라노 산 로렌초 성당(Basilica di San Lorenzo Maggiore), Arco di Porta Ticinese, Naviglio Grande 등의 방문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하겠다.

밀라노는 패션과 쇼핑의 도시로만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깊은 역사와 문화가 숨쉬는 매력적인 도시다. 두오모의 첨탑 위에서 바라본 도시의 풍경은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패션에 관심이 없어도, 쇼핑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밀라노의 매력에 빠질 수 있다.

예술, 건축, 그리고 역사가 살아 숨쉬는 이 도시는 어쩌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풍요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밀라노에서의 시간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야경 속에서 빛나는 밀라노 대성당과 활기찬 광장의 모습.
밀라노 두오모 광장의 밤 | Night at Milan’s Duomo Square
블루아워의 밀라노 대성당, 짙푸른 하늘 아래 빛나는 섬세한 외관.
블루아워의 두오모 대성당 | Milan Cathedral at Blue H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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