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뢰이-체르베니아에서 본 이탈리아의 마테호른, 그리고 인생 호수 [FR-IT 경차 노마드 여행 6부]

전편에서 소개한 아오스타(Aosta, 링크)는 사실 우리 숙소의 정확한 위치가 아니었다. 아오스타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지도상 오른쪽 위에 우리는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이유는 단 하나, 알프스의 상징 마터호른(Matterhorn) 때문이다.

만약 스위스 예상 날씨가 좋아 샤모니에서 스위스로 향했다면 인터라켄과 그린델발트를 거쳐 체르마트(Zermatt)에서 스위스의 마터호른을 바라봤겠지만, 운명은 우리를 이탈리아로 이끌었고, 이탈리아식 마터호른—몬테 체르비노(Monte Cervino)를 만나야 했다.

이름은 제각각이다. 독일어권에선 마터호른, 프랑스어권에선 몽 세르방(Mont Cervin), 이탈리아에선 몬테 체르비노. 우리가 방문한 브뢰이-체르비니아(Breuil-Cervinia)는 바로 이 체르비노 산의 이름을 물려받은 마을이다.

 

꽤 큰 관광 지구인 만큼, 호텔, 리프트시설, 관광 명소 등이 있는데, 스키 리조트가 이 지역의 핵심 산업이다. 스위스의 체르마트와 연결되는 스키 슬로프가 있어 국경을 넘나들며 스키를 즐길 수 있단다. 나도 하고 싶다…

어쨌건, 오늘의 메인 목표는 마테호른, 이탈리아 몬테 체르비노 구경이다. 근데 웬 걸, 마테호른보다 더 멋진 걸 봐 버렸다.

1. 한여름도 겨울도 아닌, 알프스의 속삭임

비수기의 알프스는 또 다른 매력으로 속삭인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길, 거인의 등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완만한 언덕을 타고 올라갔다.

어디선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출발 전 갈까 말까 고민했던 크레타즈의 폭포 동굴(La Grotta delle Cascate di Cretaz)이 가까웠다. 차를 세우고 물소리를 따라 내려갔더니, 안쪽으로 향하는 길이 보인다.

A scenic view of Cretaz Waterfall Cave with surrounding nature. 자연 속에 자리한 크레타즈 폭포 동굴의 아름다운 풍경.
크레타즈의 폭포 동굴 | Cretaz Waterfall Cave

“VISITATE LA GROTTA”—’동굴을 방문하세요’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계단을 내려가 보니 레스토랑 건물도 있고, 옆으로 굳게 닫힌 문도 있다. 어디에도 인기척이 없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적막감이 감돈다. 그걸 깨는 건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물소리 뿐. 레스토랑 문을 두드려봐도 아무 대답이 없다.

운영하지 않는 날인가 보다 싶어 아쉬움을 뒤로한 채 차로 가려는데, 한 외국인 가족이 시끌벅적 내려온다. 그제서야 굳게 닫혀있던 레스토랑 안쪽에서 관리인이 나와 운영하지 않음을 알려준다.

아쉽다. 구글에 “La Grotta delle Cascate di Cretaz”를 검색하면 예쁜 사진들이 많이 떠서 더 아쉽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살짝살짝 드러난 폭포만 구경할 수 있었다. 검색해 봤으면 알겠지만, 이곳은 단순한 폭포가 아니다. 자연 동굴 속에 흐르는 폭포다. 물과 돌이 수천 년에 걸쳐 만들어낸 예술품이다.

독특한 지형을 갖고 있어 특별한 매력을 가진다. 큰 폭포들은 아니라 가까이서 보기에도 좋다. 여름에는 자연 속에서 시원하게 힐링하는 경험을 할 수 있고, 겨울에는 폭포의 일부가 얼어붙어 빙폭(아이스 폴)이 생긴다고 한다.

빙하 지형과 결합해 몽환적인 겨울 경관을 연출한다니…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운이 좋으면 얼음 등반(아이스 클라이밍)을 하는 모습을 보거나, 직접 해 볼 수도 있다고 한다. 다음에 오면 꼭 해봐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내 성격상 그럴 리는 만무하다.

입장료는 그때그때 다른 듯한데, 10유로는 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계단과 난간이 잘 되어 있어, 비교적 안전하게 탐방 가능한 구간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더 아쉽다. 어쨌든 다시 길을 떠난다.

2. Lago di Perreres 주변 산책과 마을 인상

그러다 브뢰이-체르베니아에 도착도 하기 전에, 아름다운 색의 호수를 먼저 마주했다. 운전을 하는데 왼쪽으로 신기한 색의 물이 찬 호수를 발견했기에, 당장 차를 세웠다.

A glacial stream flowing through a valley with towering rocky mountains in the background. 거대한 돌산을 배경으로 계곡을 따라 흐르는 빙하수
돌산과 빙하수 | A glacial stream with rocky mountains

호수로 다가가는 길, 오른편으로는 돌의 산들이 보인다. 온통 회색빛이다. 돌산들이 마치 태초의 시간을 간직한 채 묵묵히 서 있는 듯하다.

아래로는 그래도 식물들이 보인다. 에귀 디 미디를 오르다 중간지대에서 본 알파인 한계, 이곳에서도 뚜렷하게 경계선이 형성돼 있다. 생명과 무생명의 경계선이랄까. 아래로는 냇물이 졸졸 흐른다.

샤모니몽블랑의 아르브 강(Arve River)의 색과 비슷하다. 역시 빙하가 놓은 물인가 보다. 수천 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얼음의 눈물이 흐르고 있다.

조금 더 들어가 왼쪽을 바라보니,

Breuil-Cervinia travel Lago di Perreres near Matterhorn 브레유-체르비니아여행 마터호른 인근 Lago di Perreres
에메랄드빛 페레레스 호수 | Emerald-Tinted Lago di Perreres

아름다운 색의 호수가 눈앞에 펼쳐진다. 페렐스 호수(Lago di Perrères)다. 해발 1,800m가 넘는 곳에 이런 아름다운 색의 호수가 있다니, 마치 신이 떨어뜨린 에메랄드 조각같다.

그런데 자연호수가 아니라 인공 호수다. 정확히는 호수도 아니고 댐(Diga di Perrères)에 의해 형성된 인공 저수지라고 한다. 수자원 확보 및 전력 생산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단다.

인공이건 자연이건, 빙하수 덕에 청록색의 빛을 띠는 맑은 물이 고여 있는 모습은 장관이다. 겨울에 언 모습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청록색 거울처럼 반짝반짝 빛나지 않을까?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A hydroelectric power plant in the Alps, blending human technology with nature. 알프스의 자연 속에서 인간 기술과 조화를 이루는 수력 발전소
수력 발전소와 알프스의 조화 | Hydroelectric power plant in the Alps

조금 더 근처로 가 보니, 수력 발전소 내의 발전기들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인간의 기술과 자연이 공존하는 묘한 장면이다. 소개 팻말도 박혀 있다.

입구쪽에 다시 보니 경고 문구도 있다. “수력 발전소 조작으로 인해 갑작스러운 홍수 파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위험. 자연은 언제나 경이로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산들바람을 잠깐 즐기다 다시 떠난다.

Breuil-Cervinia travel approach with Matterhorn in view 브레유-체르비니아여행 마테호른이 보이는 진입로 움짤
브레유-체르비니아로 들어가는 길 | Driving into Breuil-Cervinia

마을이 시야에 들어온다. 마을 뒤로는 마터호른, 즉 체르비노가 보인다. 첨탑처럼 솟은 산봉우리는 마치 신의 작품 같다. 이탈리아에게 미안하지만, 마터호른이 더 유명하니 앞으로 마터호른으로 통일하겠다.

차를 타고 한참 안으로 들어갔는데, 차와 사람이 은근 있지만 활기찬 느낌은 아니다. 비수기니 당연하다. 이곳은 스키 리조트로 가장 유명한 곳이다. 비수기인 현재는 트래킹을 하는 일부 사람들만이 방문할 테다. 인간의 발자국보다 고요함이 더 많은 곳이다.

3. 고요한 겨울 리조트의 서글픈 매력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높은 곳으로 향한다. 바보는 높은 곳을 좋아한다 했던가. 갈수록 더 높이, 더 가까이 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을씨년스러운 리조트 건물들이 여럿 보인다. 텅빈 것이 마치 체르노빌에 와 있는 게 아닐까 싶은 느낌까지 준다. 인류의 흔적은 있되 인류는 사라진 듯한 묘한 분위기다.

사람은 잘 안 보이지만, 차는 많다.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이겠지.

A hiking trail signpost in the Alps, indicating the route to Breuil-Cervinia at 2,050m elevation. 해발 2,050m 브뢰이 체르베니아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알프스 하이킹 코스 이정표
알프스 하이킹 코스 이정표 | Hiking trail signpost in the Alps

인근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간단하게 숲속을 거닐어볼까 한다. 하이킹 코스 이정표도 있다. 10분만 더 가면 해발 2,050m에 브뢰이 체르베니아 리프트 시설이 있단다. 등반 난이도는 E란다. 전문 장비까지는 필요 없지만, 하이킹보다는 조금 더 힘든 급이란다. 일단 가 본다.

출발한지 1분 됐나, 돌 슬로프가 길을 막고 있다. 스키 슬로프인 모양인데, 눈이 하나도 없어서 돌밭이다. 저길 건너가고 싶진 않다. 돌 산사태라도 일어났다간, 뼈도 못 추릴 경사도를 갖고 있는 슬로프다.

“용감한 척하는 것과,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이 떠올라 왔던 길 돌아간다.

A breathtaking view of the Alps with towering rocky mountains and patches of eternal snow. 웅장한 돌산과 만년설이 어우러진 알프스의 장관
알프스의 만년설과 돌산 | Eternal snow and rocky mountains in the Alps

그래도 주차장에서 보는 경치는 죽인다. 돌산 사이 웅덩이처럼 파인 그늘에 흰 눈이 쌓여 있다. 만년설일 테다. 시간이 멈춘 듯한 자연의 모습이다.

그 아래로는 만년설이 조금씩 녹아 흘러내리고 있는 지형이 보인다. 얼음의 눈물이 흘러내리는 모습이랄까. 하이킹을 좋아했으면 전문장비 챙겨 저쯤까진 가봄직 했는데, 하이킹은커녕 걷는 걸 안 좋아한다.

그래도 다음에 또 갈 일이 있다면, 단 1보라도 더 전진하기 위해, 최근 헬스장에서 천국의 계단을 열심히 타고 있다. 여행은 언제나 나를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한다. 적어도 잠시동안은.

아까부터 화장실이 가고 싶은데, 연 곳이 별로 없다. 거기다가 여긴 이탈리아다. 무료 화장실보다 유료 화장실이 더 많다. 근처에 나무와 풀숲은 많고 사람은 없다.

그냥 싸지를까 3초간 고민한다. 아니다 싶다. 이탈리아 알프스까지 와서 대 마터호른 앞에서 노상방뇨라니. 귀하신 곳에 온 누추한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여행자의 품위를 지키기 위한 필사적인 순간이다.

그래서 폭풍 검색. 버스 터미널에 무료 화장실이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The bus terminal in Breuil-Cervinia, a wooden building set against modern alpine lodges. 브뢰이체르비니아의 버스터미널, 전통적인 목조 건물과 현대적인 알파인 숙소가 조화를 이루는 풍경
브뢰이체르비니아 버스터미널 | Breuil-Cervinia Bus Terminal

근처에 주차하고 버스 터미널로 걸어간다. 터미널스럽지 않은 목조 건물이다. 굉장히 작다. 화장실이 있을까 싶다. 진땀이 삐질 난다.

다행히도 건물 바깥 오른쪽 코너를 돈 순간 화장실이 나왔다. 또 다행이도 문이 잠겨있지 않았다. 생각보다 신축 화장실이었다. 냄새는 좀 났지만 인간의 존엄성은 지킬 수 있었다.

이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의 규모와 다르게 주차장은 굉장히 넓다. 수많은 스키어와 하이커들이 버스를 타고 이곳에 내리는 모습이 상상된다.

Breuil-Cervinia town walk with trekkers and a natural park info board. 트레킹 여행자들과 체르비노 자연공원 안내판이 있는 브뢰이체르비니아 마을
브뢰이체르비니아 산책과 체르비노 자연공원 안내 | Breuil-Cervinia walk & Cervino Natural Park info

근처를 산책했다. 많지는 않지만, 간간히 트래킹 복장을 갖춘 방문객들이 산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미 내려오는 사람들도 있다. 대단한 체력들이다. 부럽다. 저들은 아마 내가 본 풍경 외에 더 멋진 것들을 보았겠지.

버스터미널 한편 나무 보드에 이런저런 포스터들이 붙어 있다. “PARCO NATURALE DEL CERVINO”라고 적혀 있는 포스터가 눈에 띤다. 고프로로 영상을 찍으며 쓱 지나가서 제대로 찍히진 않았지만, 아무튼 뜻은 체르비노 자연공원이다.

마터호른 주변의 자연공원과 트레킹 경로를 안내하는 지도다. 어디를 가면 뭐가 있고, 얼마나 가야하고, 등등의 정보가 자세히 적혀 있다. 아래쪽에 QR인가 주소인가가 적혀 있어, 폰으로 동일한 지도가 나오는 페이지로 접속할 수도 있었다. 정확히 그 페이지는 못 찾겠는데, 이곳을 소개하는 공식 홈페이지는 아래 남겨둔다. 방문 예정이라면 참고하길.

 

마을에서 볼 건 다 보고 슬슬 하산 준비를 했다. 단촐하게 산책 오는 기분으로 왔기에 크게 아쉬울 건 없었는데, 기대에 살짝 못미치긴 했다. 한여름에도 만년설 위에서 즐길 수 있는 스키 슬로프가 있다는 것 같은데, 그건 어디있는지도 모르겠다. 비수기의 아쉬움이다.

4. 라고 블루, 호수에 잠긴 마터호른

하산 시작. 초반에 올라올 때 우측편으로 차들이 잔뜩 서 있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 잠시 정차했다. 무슨 호수가 있다는 것 같아서. 여행자의 촉이랄까, 차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뭔가 볼 만한 것이 있기 마련이다.

A fluffy white Samoyed watching ripples in an alpine lake. 알프스 호숫가에서 물결을 바라보는 하얀 솜뭉치 같은 사모예드
움직이는 흰색 솜뭉치 | A fluffy white Samoyed in motion

정차가 아니라 아예 주차를 했다. 주차를 하고 약간의 계단을 오르니, 사모예드 한 마리가 주인들과 뛰놀고 있었다. 첨방지축 같다. 하얀 솜뭉치 같은 강아지가 알프스의 풍경과 어우러져 동화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주인이 호수에 돌을 던진다. 퐁당 소리를 내며 호수에 떨어진 돌이 파문을 일으킨다. 사모예드가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본다. 힐링그잡채의 장면. 이런 순간들이 여행의 진짜 보석이 아닐까.

그렇게 걸어서 사모예드가 뛰놀던 곳으로 갔더니 펼쳐진 장면은,

The Matterhorn reflected in the still waters of Lago Blu. 고요한 라고 블루에 반영된 마테호른의 모습
라고 블루 속 반대로 선 마테호른 | The Matterhorn mirrored in Lago Blu

거울 같은 잔잔한 호수에 비친 마터호른. 이 호수의 이름은 라고 블루(Lago Blu), 파란 호수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파란색보다는 초록색이 짙다. 그러나 그 짙은 초록빛 거울에 비친 마터호른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날이 더 좋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해가 떠 있었다면 장관이 연출되었을 것 같다. 하지만, 해가 없어도 호수에 비친 마터호른은, 정말 볼만했다. 한참을 넋놓고 바라보았다.

시간이 멈춘 듯했다. 호수는 마터호른을 품고 있었고, 나는 그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고요함만이 남은 듯한 순간이었다.

The still, shadowed waters of Lago Blu reveal a darker, hidden side. 라고 블루의 고요한 물속에 숨겨진 어두운 면모
죽음의 호수 | The lake of stillness and depth

수십 분을 지켜보았나 보다. 슬슬 호수 한 바퀴를 돌아보았다.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아름답기만 하던 호수의 다른 면모가 보인다. 고여 있는 호수, 고인 물, 죽음이 느껴진다.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어둠. 그것이 자연의 참모습이 아닐까. 인생도 마찬가지겠지. 빛나는 호수의 표면 아래에는 알 수 없는 깊이가 있다.

4. 마치며, 알프스의 소소한 위대함

별거 없는 반나절의 짧은 산책이었지만, 뜻깊은 여정이었다. 숙소로 돌아와 지도에 달린 라고 블루의 리뷰를 쭉 보는데, 본인의 인생 호수라는 글이 있었다.

호수 중에는 내게도 원탑으로 기억된다. 여행의 말미에 이탈리아 알프스 돌로미티의 수많은 유명한 호수들을 가 보았지만, 마터호른이 청명하게 비친 이 작은 호수를 이길 호수는 없었다.

잔잔하고 얕지만, 깊다. 4,700m가 넘는 마터호른이 그 호수 안에 우뚝 서 있으니. 때로는 작은 것이 더 큰 것을 품을 수 있다는 역설적인 진리를 라고 블루는 보여주고 있었다.

가끔은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계획했던 목적지가 아닌, 우연히 발견한 작은 장소에서 찾아온다. 브뢰이-체르베니아에서의 시간은 그런 소중한 발견의 순간이었다. 눈 덮인 알프스의 위대함이 작은 호수에 비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그것을 담아내는 세상의 소소한 기적들에 감사했다.

다음에 또 이 길을 지나게 된다면, 겨울에 와서 눈 덮인 체르비노와 얼어붙은 라고 블루를 보고 싶다. 그때는 아마도 완전히 다른 모습의 알프스를 만나게 되겠지. 하지만 그 아름다움만큼은 변함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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