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셍미셸(Mont Saint-Michel), 디즈니 성의 모티브가 된 꿈의 섬

한국인에게도 이미 너무나 유명한 관광지인 몽생미셸(Mont Saint-Michel)에 다녀왔다. Mont는 Mount 즉, 산이라는 뜻이고, Saint Michel은 성 미카엘, 그러니까 성 미카엘의 산이라는 뜻.

여자 친구의 집인 라니옹에서 차를 타고 두세 시간 정도 거리인데, 첫날에는 생말로를 보고, 둘째 날은 껑깔과 근처를 둘러본 뒤 몽생미셸에 갔다가, 셋째 날에는 디나흐와 디넝을 잠깐 찍먹하고 라니옹으로 돌아갔다.

자세히 알아보기 전까지는 브르타뉴(Bretagne) 해안 도시들과 동일 선상에 있어 당연히 브르타뉴 지방일 줄 알았는데, 몽생미셸 왼쪽에서 브르타뉴가 딱 끝나고, 노르망디(Normandie)가 시작되더라. 노르망디 상륙작전하고도 관련 있나 했는데 100km 이상 떨어진 다른 노르망디 지역이었다고 한다.

이 섬 혹은 요새는 708년에 주교 오베르(Aubert)가 대천사 미카엘의 계시를 받고 바위섬 위에 성당을 세움으로써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영국과의 백년 전쟁 중에도 프랑스가 끝까지 사수했던 요새라 상징성도 가진다 하고, 프랑스 혁명 이후에는 이곳 수도원이 감옥으로도 사용됐었다고 하고, 그걸 나폴레옹이 폐쇄하면서 문화유산이 되었다고 한다.

19세기에 한 여관 주인이 순례자들을 위해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오믈렛을 만들었는데, 라 메르 풀라르(La Mère Poulard)에서 먹을 수 있는 이 오믈렛이 이곳 전통 음식이라고 한다.

아무튼 디즈니 영화 초반부 나오는 그 성, 디즈니 성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꿈의 섬으로 떠나 보자.

1. 몽생미셸로 가는 길

차를 타고 갔다. 길가의 푸른 초원에는 평생 안 씻은 듯한 회색빛 양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다. 그 너머 지평선처럼 보이는 곳에 무언가 홀로 튀어나와 있다. 저게 뭐이고?

Mont Saint-Michel travel distant view with grazing sheep 몽생미셸 여행 먼 거리에서 양들이 풀 뜯는 모습과 함께 보는 풍경
Mont Saint-Michel from afar with grazing sheep 멀리서 양이 풀을 뜯는 초원 위로 보이는 몽생미셸 전경

“나야, 몽생미셸.”

 

차를 갖고 왔으니 최대한 가까이 가서 주차하고 싶은데, 일반 방문객이 주차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주차장은 몽생미셸도 아니고 몽생미셸 파세렐 다리(Pont Passerelle du Mont Saint-Miche)에서 2.5km 떨어져 있다. 무료일까? 그럴리가. 엄청 넓은 공터에 있는 주차장이지만, 유료다. 관광 수입 1위의 나라 프랑스, 어디 가지 않는다.

주차 가격은, 일반 승용차는 하루 기준 15~25유로(성수기/비수기에 따라 다름)다. 과거 19~02시까지는 무료였는데, 현재는 유료로 바뀐 듯. 아무튼 변동이 은근 있으니 방문 예정이라면 오피셜 정보를 찾아보고 가길 바란다.

그렇게 주차를 하면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걸어가야 하느냐. 다행히도 무료 셔틀이 있다. 사람들이 걸어가는 방향 따라가면 정류장을 찾을 수 있을 거다. Le Passeur라는 셔틀인데, 07:30~24:00까지 운행한다(역시 달라졌을 수 있다). 이 셔틀을 타면 근처까지 약 10~15분 소요된다.

물론 걸어가도 된다. 좌우로 펼쳐지는 풍경은 계절이 어떻든 간 상당히 아름답다. 천천히 다가오는 섬을 마주하는 것도 감성 터진다. 근데, 몽생미셸 도착하면 하루 종일 걸어야 하니까, 걷는 걸 싫어한다거나 부모님과 함께 방문한다면 몸 편히 버스 타는 게 낫다. 몸이 건강하면 걷는 걸 더 추천한다.

Taking the Le Passeur shuttle to enter Mont Saint-Michel. Le Passeur 셔틀을 타고 몽생미셸로 들어가는 길.
Le Passeur shuttle on the way to Mont Saint-Michel | 몽생미셸로 향하는 Le Passeur 셔틀

물론 우리는 셔틀을 탔다. 젊다고 모두 건강한 것은 아니다. 무료 셔틀도 좋은데, 날씨 좋은 계절엔 주차장과 요새 앞에 자전거 대여소를 운행하면 돈 많이 벌 것 같다. 아이디어 비용은 받지 않을 테니, 관계자가 본다면 고려해 보기 바란다.

우리가 방문한 시간대에는 그 많던 물이 다 빠져 뻘밭이 드러난 상태였다. 이곳 근처 바다를 몽생미셸 만(Baie du Mont-Saint-Michel)이라고 하는데, 이 바다의 조수 간만의 차가 최대 15m,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차이라고 한다. 캉칼(Cancale, 껑깔) 여행기에서도 얘기했었지만, 그래서 이 동네 굴이 유럽에서도, 세계에서도 최고급으로 대우받는다.

뻘밭을 기대하고 시간 맞춰 온 건 아니고, 그냥 왔는데 뻘밭이 있었을 뿐이다. 근데 물이 여기서 15m 더 차 있었으면 진짜 섬이라 못 왔을 듯하다. 생각해 보니까 운이 좋았네??

우리같이 운이 좋은 사람들만 있진 않을 테니, 조수 시간표를 알려주는 공식 사이트 주소를 아래 첨부한다. P처럼 여행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건 J스러워야 하는 법.

Mont Saint-Michel centered view with people walking on the Passerelle bridge on the left and mudflats with groups of people on the right 몽셍미셸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파세렐 다리를 걷는 사람들, 오른쪽에는 드러난 뻘 위에 있는 사람들
A unique perspective of Mont Saint-Michel from the Passerelle bridge. 파세렐 다리에서 본 몽셍미셸의 독특한 풍경

버스를 타고 들어간다고 바로 요새 입구 앞에 내려주지 않는다. 기름값 아끼려는 건가, 싶다가도 한눈에 완벽하게 담기는 성을 보니, 걸어가면서 저 아름다운 모습에 더 몰입하길 바라는 프랑스 정부의 배려가 담겼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야 감성 뽕에 취한 관광객들이 저 안에서 이것저것 결제를 더 할 테니까. 기름값도 아끼고 일석이조 아닌가.

한 걸음 한 걸음 갈 때마다 조금씩 다가오는 몽생미셸을 수도 없이 찍어대며 프랑스 정부가 의도한 대로 천천히 다가갔다. 진짜 멋있더라. 전율이 일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이더라.

A view of Mont Saint-Michel from near the end of the Passerelle bridge, highlighting the scale of the fortress walls compared to people. 몽생미셸 파세렐 다리 끝부분에서 바라본 모습, 사람들과 성벽의 크기 차이가 돋보이는 장면.
Mont Saint-Michel viewed from the Passerelle bridge | 파세렐 다리에서 바라본 몽생미셸의 모습

거의 다 도착해서 보니 성벽의 높이가 어마어마하다. 근데 사람 평균 키를 생각해 보면 15m는 안 될 것 같다. 15m까지는 물이 안 차는 모양.

바닷물은 없지만 바닷바람은 기분 좋게 불어오고, 날씨도 따사롭고, 하늘까지 시퍼러니, 안으로 금방 들어가기가 싫었다. 그렇다고 저 성벽 바깥을 한 바퀴 빙 돌 자신은 없었다. 적당히 뻘에 신발도 담갔다가, 남들 따라 조개가 있나 흙 좀 파먹다가, 근처에서도 사진 몇 장 찍고 입구로 들어갔다. 다행히도 입장료는 무료다. 다만, 유료인 부분도 있다.

그런데 사진으로 다시 봐도 참 멋있다. 나중에 야경 보러 또 가고 싶다.

2. 몽생미셸 골목 & 수도원(Abbaye du Mont-Saint-Michel)

영화 반지의 제왕에 요새 내부 모습이 나온다. 좁은 골목들이 개미굴처럼 나 있고, 그들은 대부분 경사진 언덕이다. 군데군데 언덕을 대신할 계단도 있다. 딱 그 모습이다.

A narrow alley inside Mont Saint-Michel, lined with historic stone buildings, charming shops, and vintage lanterns hanging from chains above. 몽생미셸 내부의 좁은 골목길, 고풍스러운 석조 건물들과 아기자기한 상점들, 그리고 머리 위로 걸려 있는 빈티지 조명.
A charming alleyway in Mont Saint-Michel, filled with shops and historic details | 몽생미셸의 매력적인 골목길,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역사의 흔적이 가득한 곳

파리에 있는 건물들도 중세 시대 느낌이 물씬 나지만, 이곳은 더 하다. 좋은 의미로 더 하다. 대부분의 건물들이 돌과 나무로 이루어져 있다. 15~17세기 건축 양식 그대로다. 수도사들과 순례자들이 걸어 다녔을 돌길도 그대로다. 아기자기한 상점들에는 현대적인 물건들이 가득하지만, 머리 위로 걸려 있는 빈티지 조명이나, 벽에서 툭 튀어나와 있는 간판들은 그때의 느낌을 잘 간직하고 있다.

프랑스가 괜히 문화유산 & 여행 강국이 아니다. 나폴레옹이 새삼 대단한 것 같다.

A series of images showing the journey to Mont Saint-Michel Abbey, featuring steep stone staircases, medieval pathways, and historic architectural styles. 몽생미셸 수도원으로 가는 길을 담은 사진들로, 가파른 돌계단, 중세 분위기의 길, 그리고 고풍스러운 건축 양식이 포함된 모습.
Mont Saint-Michel Abbey Path | 몽생미셸 수도원으로 가는 길

우리의 목표는 저 꼭대기에 금덩이로 만든 장식이 있는 수도원. 그전에 온갖 골목을 휘젓고 다녔다. 중간중간 상점이 있는 골목이 있었고, 철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왕을 알현하러 올라가던 계단같은 곳도 있었다. 심지어 주거지처럼 보이는 곳도 있었다. 규모가 상당히 작아 보이는 요새 안인데, 신기하게도 있을 건 다 있었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과 한국어로 설명하는 가이드까지도 있었다. 한 팀도 아니고 여러팀 있었다. 파리에서 단체 관광 온 듯했다. 유일하게 가이드 투어를 한 게 로마의 콜로세움에서였는데, 한국인 가이드가 아니라 영어 가이드였음에도 상당히 유익했던 경험이 있다. 그런 걸 보면 돈 들여서 가이드 투어를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근데 요샌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는 곳들도 많고, 어플도 있어서 편한 대로 선택하면 될 것 같다.

A high-angle view from Mont Saint-Michel, showing tiny-looking people walking along the bridge and tidal flats, with streams of seawater still flowing through the sand. 몽생미셸 성벽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다리 위를 걷는 개미 같은 사람들과 뻘 사이로 흐르는 바닷물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View from Mont Saint-Michel’s walls | 몽생미셸 성벽 아래로 내려다 본 모습

어느 정도 올라가 성벽 아래를 바라보면 장관이 펼쳐진다. 우리가 버스 타고 꽤 오랜 시간이 걸려 달려 온 파세렐 다리가 손가락만하고, 그 위를 걷는 사람들은 일렬로 먹이를 나르는 개미같다. 풍경이 시원시원하다. 누가 쳐들어와도 훤히 다 보일 것 같다. 괜히 요새가 아니다.

The final stone staircase leading up to Mont Saint-Michel Abbey, surrounded by towering medieval walls. 몽생미셸 수도원으로 올라가는 마지막 돌계단, 웅장한 중세 성벽이 감싸고 있는 모습.
The final ascent to Mont Saint-Michel Abbey | 몽생미셸 수도원으로 향하는 마지막 계단

목적지인 수도원까지 거의 다 올라왔다. 입장로와 퇴장로가 나뉜 계단이 보인다. 여기서 올려다본 성벽도 엄청 높다. 이런 층고의 집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 냉난방비 엄청 깨지겠지. 여긴 기후가 한국 같지 않아서 괜찮으려나?

3. 몽생미셸 수도원(Abbaye du Mont-Saint-Michel) 예약 방법

수도원은 유료다. 아래 공식 홈페이지 링크를 눌러 들어간 뒤, 오른쪽 위에서 언어를 ‘en’으로 변경 후 바로 옆의 TICKETING을 누르면 구매 페이지로 넘어간다.

아래 링크를 누르면, 거쳐 갈 필요 없이 바로 티케팅 사이트로 넘어간다. 사이트에서 가이드 없이 방문 or 영어 가이드와 방문 등 옵션을 선택하면 결제창으로 넘어간다. 아래 페이지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위의 공식 페이지에서 티케팅 페이지로 넘어가면 된다.

A screenshot of the Mont Saint-Michel Abbey ticket pricing page from the official website. 몽생미셸 수도원 공식 웹사이트에서 입장료 페이지를 캡처한 화면.
Mont Saint-Michel Abbey ticket prices from the official website | 몽생미셸 수도원 공식 웹사이트의 입장료 안내 페이지

9시 반부터 17시 사이에 입장 가능한 시간대가 네 파트로 나뉘어 있다. 성수기라면 미리 예약하고 가는 게 좋을 텐데, 우린 극성수기는 아니라 당일 요새 안에 들어가서 둘러보다 시간대 적당히 보고 구매했다.

어른은 13유로, 파트너십이 있으면 11.5유로, 18세 이하는 무료, 18~25세 중 유럽 거주자도 무료, 등등 금액이 다 다르다. 위 사진은 Entrance fee- Visit on your own을 선택했을 때 나오는 창이고, 영어 가이드를 선택하면 주의사항이 다르게 뜬다. 가이드를 신청해도 가격은 동일한데, 시간이 정해져 있다. 한 그룹의 인원수도 30명으로 제한돼 있어, 남은 자리가 있어야 예약할 수 있다.

가이드가 있으면 좋긴 한데, 입장할 때 오디오 가이드를 들을 수 있는 기계를 대여해 준다. 심지어 한국어 가이드도 있다. 이래서 국가 위상이 중요하단 것. 덕분에 굳이 영어 가이드 신청은 안 했다.

A sign displaying the available languages for the Mont Saint-Michel audio guide, including French, English, German, Spanish, Italian, Japanese, Mandarin, Korean, Russian, and Portuguese. 몽생미셸 오디오 가이드에서 지원하는 언어 목록을 보여주는 안내판으로,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러시아어, 포르투갈어가 포함됨.
Mont Saint-Michel audio guide supported languages | 몽생미셸 오디오 가이드 지원 언어

내부는 크게 여섯 곳으로 구분된다. 관람 동선은 다음과 같다.

  1. 서쪽 테라스 (Terrasse de l’Ouest)
  2. 성 미카엘 성당 (Église Abbatiale)
  3. 고요의 회랑 (Cloître, 수도원 정원)
  4. 기사의 방 (Salle des Chevaliers, 기사 회랑)
  5. 대식당 (Réfectoire, 수도사 식당)
  6. 감옥 & 지하 납골당 (Crypte & Prison)

수도원의 신성한 공간에서 시작해서 생활공간, 역사적 장소를 거쳐 나오게 동선이 세팅되어 있는 듯하다.

The West Terrace of Mont Saint-Michel Abbey, showcasing the abbey’s grand facade and entrance. 몽생미셸 수도원의 서쪽 테라스에서 바라본 수도원 정면과 입구.
The West Terrace of Mont Saint-Michel, leading to the abbey entrance | 몽생미셸 수도원 입구로 이어지는 서쪽 테라스

가장 먼저 마주한 건 서쪽 테라스. 이곳으로 나왔다가, 다른쪽 입구로 들어가야 하는데, 햇빛도 따사롭고 몽생미셸 바깥의 풍경도 굉장하다. 한참 동안 서성이게 되는 마력의 장소.

이날 햇빛이 얼마나 좋았느냐면, 누워서 태닝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비타민D 충전은 덤. 

People lying on the West Terrace of Mont Saint-Michel Abbey, enjoying the warm sunlight and relaxing under the blue sky. 몽생미셸 수도원 서쪽 테라스에 누워 따뜻한 햇살을 즐기며 쉬고 있는 사람들.

수도원 꼭대기에는 금색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 요새의 주인, 대천사 미카엘(Archangel Michael)이다.

아쉽게도 완전 금덩어리는 아니고, 구리로 제작한 뒤에 금박 처리를 했다고 한다. 그래도 24K로 했단다.

키는 3.5m, 몸무게는 약 820kg, 서 있는 위치는 땅에서 157m 높이. 천사답게 키도 크고 무게도 많이 나간다. 어케날았누?

The grand interior of Mont Saint-Michel Abbey Church, featuring towering gothic arches and a serene spiritual atmosphere. 몽생미셸 수도원 성당 내부, 웅장한 고딕 양식 아치와 경건한 분위기가 어우러진 공간.
Inside the Abbey Church of Mont Saint-Michel | 몽생미셸 수도원 성당 내부

다음으로 만난 곳은 성 미카엘 성당(Église Abbatiale)이다. 수도원의 중심이 되는 성당으로, 이곳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져, 거대한 돌기둥들이 아치형 천장을 받치고 있고, 창은 고풍스럽게 스테인드글라스로 되어 있다.

이 높은 곳에 이런 성당을 지으려면 어느 정도의 권력이 있어야 했을까?

The Cloister of Mont Saint-Michel Abbey, a peaceful garden surrounded by elegant Gothic arcades. 몽생미셸 수도원의 고요의 회랑, 우아한 고딕 양식 아치로 둘러싸인 평온한 정원.
The Cloister of Mont Saint-Michel Abbey, a place of meditation | 명상과 기도를 위한 몽생미셸 수도원의 고요의 회랑

그다음은 고요의 회랑(Cloître, 수도사 정원)이다. 수도사들이 기도와 명상을 하던 곳이란다. 고딕 양식의 아름다운 회랑 정원. 기둥이 2열로 배열돼 있는 게 특징인데, 균형이 잘 맞는 느낌이라 조화스럽다. 수도원 내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장소다. 지리는 풍경 덕에 기도와 명상이 저절로 잘 됐을 것.

The refectory of Mont Saint-Michel Abbey, where monks once dined in silence under a high wooden vaulted ceiling. 몽생미셸 수도원의 대식당, 수도사들이 높은 목조 천장 아래서 침묵 속에서 식사하던 공간.
The grand refectory of Mont Saint-Michel Abbey | 몽생미셸 수도원의 웅장한 대식당

다음은 대식당(Réfectoire, 수도사 식당)이다. 천장은 나무로 덮여 있고, 촘촘히 박힌 아치형의 창문으로는 부드러운 빛이 들어오고 있다. 수도사들이 엄숙한 침묵 속에서 식사하던 공간이라고 한다. 양쪽 벽을 따라 길게 테이블이 늘어서 있다.

고요의 회랑에서 이곳 대식당으로 오려면 도서관 역할을 했던 기사의 방(Salle des Chevaliers, 기사 회랑)을 지나와야 하고, 대식당 이후에 감옥과 지하 납골당(Crypte & Prison)을 보면 투어는 끝난다. 감옥과 지하 납골당은 수도원의 지하층으로, 과거에는 수도사들의 묘지로, 한때는 감옥으로 사용되었다 한다. 어두운 분위기가 감도는 역사적 공간이다.

이렇게 돌면 수도원 순회는 끝이 난다.

5. 돌아가는 길, 그리고 La Casa de Quentin에서의 식사

제일 꼭대기에 위치한 수도원을 마지막으로 투어를 마쳤다. 내려오는 길에 간간히 보이는 기념품샵에 들러 구경하다 내려왔다. 몽생미셸 요새가 들어 있는 스노우 이 탐나긴 했는데, 한두 푼이 아닌지라 탐만 냈다.

A Mont Saint-Michel souvenir 0-euro banknote, purchased as a keepsake, surrounded by various coins. 몽생미셸 기념품으로 구매한 0유로 지폐, 여러 동전과 함께 놓여 있는 모습.
3유로에 산 0유로짜리 지폐 | A 0-euro banknote bought for 3 euros

대신 0유로짜리 지폐를 3유로 주고 사 왔다. 동전도 하나 사 올 걸.

요새를 벗어나 다시 파세렐 다리로 나선다. 뒤를 돌아 마지막으로 성의 모습을 내 눈과 카메라에 담는다. 오른쪽 저 멀리 바닷물이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저녁 늦게까지 있었으면 물이 찬 몽생미셸을 볼 수 있었을까 싶지만, 아쉬움이 남아야 다시 오고 싶어지는 법.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다음 만남을 기약하기로 한다.

A view of Mont Saint-Michel from the Passerelle bridge while leaving the island. 몽생미셸을 떠나며 파세렐 다리 위에서 촬영한 전경.
몽생미셸에서 나오는 길, 파세렐 다리 위에서 | Leaving Mont Saint-Michel, viewed from the Passerelle bridge

저 앞에 무료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긴 줄이 보인다. 줄을 설까 하고 다가가는데 생각보다 길다. 두세 대의 버스는 보내야 탈 수 있을 것 같은 예감. 결국 주차장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그러지 말아야 했다. 버스가 세 대를 넘어 네 대, 다섯 대가 지나갈 동안 주차장에 도착하지 못했다. 몽생미셸은 작아졌고, 길 양옆으로는 쩍쩍 갈라진 논두렁이 보인다. 어지간하면 돌아올 땐 버스를 기다려라. 그게 팁이다. 한 30~40분 걸어서 주차장에 도착한 것 같다. 가뜩이나 요새 내에서 종일 언덕이랑 계단을 오른 덕에 발바닥이 죽여달라 소리 지르고 있었는데, 주차장에 도착하니 잠잠해졌다. 생존 본능이 발동해서 뇌가 고통을 지운 듯하다.

식사는 글 초반에 이야기한 라 메르 풀라르(La Mère Poulard)[링크]에서 할까 했는데, 평이 극과 극이다. 구글 기준 7,091개 리뷰에 3.6점. 한국인들이 남긴 평을 보면 썩 갈 생각이 안 든다. 물론 음식 맛과 관련해선 좋은 평이 있긴 하다.

어쨌건, 오믈렛은 화덕에 구웠든 프라이팬에 지졌든 오믈렛일 뿐이니, 미련 없이 근처 도시로 나가 식사했다.

그렇게 선택하여 간 곳이 La Casa de Quentin(Quentin의 집)[링크]이라는 식당이다.

A food collage featuring various dishes served at La Casa de Quentin restaurant. La Casa de Quentin 식당에서 제공된 다양한 음식들의 콜라주 사진.
La Casa de Quentin에서 맛본 다양한 음식들 | A variety of dishes enjoyed at La Casa de Quentin

메인메뉴가 하나 더 있었는데, 스테이크 종류라 식상해서 사진을 안 찍어둔 모양이다. 아무리 식상한 메뉴여도 사진은 남겨두기로 하자. 쓰려니까 없네.

구글 기준 리뷰 2,028개에 평점이 4.7점 되는 집이다. 인당 20~30유로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는 식당. 앙뜨레(에피타이저)부터 쁠라(본식), 디저트까지 다 먹으면 보통 저 가격쯤 나오는 것 같다. 근데 굳이 다 주문할 필요 없다. 우리는 보통 앙뜨레 1개, 본식 2개, 디저트 1개 시켜 둘이 나눠 먹는 편.

음식의 퀄리티는 나쁘지 않았는데, 가게의 내외부 모습이 패밀리레스토랑스러웠다. TGI Friday 느낌이라 해야 할까? 저녁 먹기엔 이른 오후 시간이라 손님은 우리뿐이었고, 지금도 기억나는 것 하나는 창틀 너머 보이던 파리 떼… 열어놓은 창문으로 파리들이 드나드는 게 신경 쓰이긴 했다. 가게 앞 도로변에 주차가 가능했기에 안전하게 차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어 좋았고. 우리가 나갈 때쯤에는 가게가 꽤 찬 상태였다. 역시 저녁을 늦게 먹는 민족답다.

6. 마치며,

몽생미셸(Mont Saint-Michel)은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을 넘어 프랑스 전체에서도, 아니 전 세계적으로도 너무나 유명한 관광지이다. 단순히 아름다운 성과 멋진 풍경을 가져서라기보다는, 그와 동시에 오랜 역사와 종교적 의미를 담고 있는 특별한 섬이라서 그럴 것이다.

하나 아쉬운 건, 그 유명한 야경을 보지 못한 것, 주위가 바닷물로 가득 차 섬이 되어 잔잔한 바닷물에 투영된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다. 하나가 아니고 둘이네.

그래서 언젠가 또 가고 싶다. 이미 뇌리에 깊이 박혀 가끔 생각날 만큼 매력적인 모습을 많이 보았지만, 더더더 도파민에 절여지고 싶다. 다시 파리에 가는 날, 그땐 꼭 직행 기차 타고서 다시 가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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